다산 정약용의 공부, 오늘 우리에게 묻는 성찰의 지혜

1. 왜 지금, 다산의 공부법을 돌아봐야 할까?
정민 교수의 《다산어록 청상》은 조선 후기 사상가 정약용의 말과 글을 엮어낸 책으로, 고전 속에서 오늘의 나를 비추어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200여 년 전의 언어가 지금 내 삶의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다산의 공부론은 단지 학문을 익히는 법이 아니라, 삶을 닦아내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오류를 깨달아 인정하는 것이 공부다. 과오를 바탕으로 거듭나는 것이 공부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실수를 성찰의 재료로 삼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다산이 말하는 공부란, 완벽을 추구하는 지식 습득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2. 멈추지 않는 다산의 태도는 오늘의 ‘루틴’과 닮아 있나?
책 속에서 다산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때 격발 되어 떨쳐 일어나도, 얼마 못 가 주저앉으면 거둘 보람이 없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밀어붙여라.”
이 문장을 읽으니 ‘작심삼일’이라는 현대어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계발을 이야기하면서도 금세 지치고 포기하곤 합니다. 다산의 공부는 ‘의지력의 문제’보다도 자기 납득의 문제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는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라는 단어를 남겼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는 공부. 그것이 진짜 배움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현대의 루틴이나 자기 관리 문화도 다산의 이런 태도와 통합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깊이의 방향에 있습니다. 다산에게 공부는 목표 달성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라는 말을 늘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3. ‘뭘 하지?’와 ‘무엇부터 하지?’… 다산이 알려주는 실천의 지혜
“‘뭘 하지?’와 ‘무엇부터 하지?’. 이 두 물음에서 공부의 수준이 갈라진다.”
이 문장은 오늘날의 ‘우선순위 설정’ 문제와 그대로 맞닿아 있습니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산은 ‘무엇부터’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생각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학문을 쌓는 일에서도, 일상의 실천에서도 순서와 분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가르침은 일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오늘의 생산성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산에게 ‘부지런함’이란 단순히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구분하고 집중하는 힘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일과 미루어도 좋은 일을 분간하는 것이 부지런함의 출발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다산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사상가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돈의 쓰임에도 철학이 필요하다면?
《다산어록 청상》은 공부론만 다루지 않습니다. 정민 교수는 다산이 남긴 다양한 어록 중에서 삶의 경제관, 인간관계, 자립의 태도에 대한 문장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푼돈에 바들바들 떨어야 목돈이 모인다. 하지만 그 목돈을 쓸 곳에 쓸 줄 알아야 큰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며, 다산의 경제관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지혜로운 분별의 철학임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소비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무조건 아끼는 것이 아니라, 쓸 곳과 쓰지 말 곳을 구분할 줄 아는 통찰. 이것은 물질을 넘어 시간과 에너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태도 같습니다.
결국 다산이 강조한 공부란, 지식의 영역을 넘어 살아가는 전 영역의 수양이었습니다.
5. 다산의 공부는 결국 ‘삶을 경영하는 기술’이었다
《다산어록 청상》을 읽으며 가장 깊이 남은 인상은, 다산의 공부법이 곧 삶의 경영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책상 앞에서만 배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귀양살이의 고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단련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매일의 실천으로 사유를 다듬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소비합니다. 그러나 다산은 말합니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것이 공부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연습이 공부라는 뜻 같습니다.
정민 교수의 해석을 통해 읽는 다산의 언어는, 여전히 따뜻하고도 엄격합니다. 그는 완벽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멈추지 않기를, 그리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성실하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바로 200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다산의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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