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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분)

 

1. 마흔, 왜 다시 공자를 찾아야 할까?

마흔이라는 시기는 인생의 중턱에 서서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잘 살아온 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주 묻는 나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정근 교수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은 그런 질문들 앞에서

공자를 ‘철학자’나 ‘성인’이 아니라, 시대의 혼란을 헤쳐나간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저자는 공자를 “절망 속에서 희망을 길어낸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더 빡빡했으면 했지, 결코 느슨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아낸 공자는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세우고자 애쓴 지도자였다는 것이지요.
책을 통해 저는 ‘공자’라는 이름 뒤의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자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부딪히며 ‘삶의 해법’을 찾던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2. 문제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것’이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problem’의 어원을 설명한 대목이었습니다.
problem은 ‘~앞에(pro)’와 ‘놓다(blem)’의 합성어, 즉 ‘내 앞에 놓인 것’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국 “나의 문제(my problem)”란 내가 가는 길 앞을 막고 있는 돌덩이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 비유가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인생의 문제는 외부에서 던져진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나아가야 할 길 위에 놓인 장애물일 뿐입니다.
그것을 누가 대신 치워주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 돌을 치워야만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이 지금 우리에게 실질적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3. 진짜 잘못은 ‘고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공자는 말합니다.

“잘못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

짧은 문장이지만 강렬하게 마음을 찔렀습니다.
우리는 실수했을 때 그것을 감추려 하거나, 합리화하려고 애쓰곤 합니다.
하지만 공자는 ‘잘못의 본질’을 회피가 아닌 ‘성찰의 시작점’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성숙’이란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 아니라, 고쳐나갈 용기를 기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삶의 문제도, 인간관계의 마찰도, 결국은 “고쳐나가는 힘”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4. 예(禮)가 없는 용기, 그 끝은 혼란이다

공자가 군사적 용기를 무조건 칭송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예(禮)”라는 사회적 규범을 갖추지 못한 용기를 위험한 무모함으로 보았습니다.
정의와 예의를 벗어난 용기는 결국 사회 혼란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지요.

오늘날에도 많은 예를 들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용기”라는 명분으로 무례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용기는 ‘의(義)’와 ‘예(禮)’를 벗어나면 오히려 파괴의 도구가 된다.
그의 철학은 2천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의 사회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듯했습니다.

5. 공자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보인 이유는?

저자는 공자의 대화법을 흥미롭게 해석합니다.
공자가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바로 주지 않고, 그 속의 문제를 쪼개고 정리해 주는 태도”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을 읽으며 저는 좋은 스승과 좋은 대화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스승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의 갈래를 열어주는 사람 같습니다.
‘공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인상은 사실, 상대의 생각을 정리해 주는 배려와 경청에서 비롯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6. 젊을 때는 욕망을, 마흔 이후에는 ‘의미’를 좇는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관심(關心)’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풀이합니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닫는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젊은 시절엔 욕망을 향해 있던 마음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의미’에 열리기 시작하는 변화를 말합니다.

마흔을 지나며 저 역시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마음이 더 쓰이는 순간들이 늘어났습니다.
삶의 방향이 바뀌는 이 시기에 『논어』는 욕망에서 의미로 옮겨가는 다리 같은 책이 되는 것 같습니다.

7. 총명하다는 건, 머리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끝으로, ‘총명’에 대한 정의가 인상 깊었습니다.
‘총’은 귀가 밝다는 뜻, ‘명’은 눈이 밝다는 뜻으로, 총명은 곧 잘 듣고 잘 보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 말에서 ‘지혜’는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진심으로 듣고, 사람을 제대로 보는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8. 공자에게서 배운 ‘삶의 정리법’

『논어』는 삶을 정리해 주는 일종의 마음 지도 같습니다.
공자는 “잘못해도 괜찮다, 다만 고쳐라.”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다만 마주하라.”라고 말합니다.
이 간결한 말들이, 인생의 굽이길에서 한 줄 빛처럼 다가왔습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은 공자를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삶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철학서입니다.
인생의 중반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공자의 언어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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