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에서 깨어있음을 배우다
정민 선생의 『죽비소리』는 제목부터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행자의 머리를 치는 죽비처럼, 독자에게 정신이 번쩍 드는 울림을 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책 속에는 조선의 선비들이 남긴 경구와 고전의 문장, 그리고 저자의 깊은 해석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낍니다.
『죽비소리』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삶을 다스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1. 재물에 대한 집착과 자유
책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울린 구절은 정약용의 말입니다.
“재물이라는 것은 메기다. 단단히 쥐려들면 들수록 더욱 미끄러워 빠져나가니.” (p.58)
재물은 붙잡을수록 손에서 빠져나간다는 이 말은 당시는 물론 어느 시대에나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좇지만, 오히려 집착이 클수록 마음은 불안해집니다.
저 역시 일을 하면서 “더 벌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결국 그 집착 때문에 행복을 놓치고 있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 공부와 집중의 힘
정민 선생은 독서와 공부의 본질을 이렇게 말합니다.
“흩어진 빛으로는 불 붙일 수가 없다. … 집중되지 않는 독서는 내 오성을 불 붙이지 못한다.” (p.79)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중과 소화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박람(博覽)만으로는 “사람 똑똑하다는 말밖에 들을 게 없다”라고 지적합니다.
저 역시 여러 책을 조금씩 읽고 덮기를 반복했는데, 이 말이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한 권을 읽더라도 더 곱씹고, 제 삶 속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3. 선행은 쌓기 어렵지만 무너짐은 순간
책 속에는 짧지만 뼈아픈 고전의 가르침도 있습니다.
“종선여등(從善如登), 종악여붕(從惡如崩). 하나하나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 (p.85)
선한 것을 따르기는 높은 산을 오르듯이 어려우나, 악한 것을 따르기는 산이 무너지듯 순식간이다.
덕망과 신뢰는 오랜 시간 쌓아야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구절을 떠올리며 작은 행동 하나에도 더 신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빠른 평가와 즉각적인 반응이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더욱 마음에 새겨야 할 구절인 것 같습니다.
4.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자기 수양
신흠의 말도 깊이 새겨둘 만합니다.
“수많은 사람의 바다에 노닐면서 으뜸가는 사람과 벗함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선비가 아니다. 스스로 으뜸이 된 뒤라야 일류의 사람이 내게 이른다.” (p.126)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인간관계의 본질은 자기 수양에 있다는 것이죠.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얼굴은 마음의 거울
책에서는 얼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은 ‘얼’의 ‘꼴’. 표정도 마음속 생각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p.263)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내면이 드러나는 창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얼굴’을 가진다는 것은 화장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 올바른 마음을 갖는 것과 직결됩니다.
하루의 표정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점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6. 지금 여기에서 충실하기
책의 마지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다음 구절입니다.
“옛날은 어디에 있나?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된다.” (p.291)
우리는 종종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저자는 옛날도 미래도 결국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내가 될 때, 그것이 곧 옛날이 된다”라는 말은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7. 마무리
《죽비소리》는 고전 해설서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끝없이 묻습니다.
공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재물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자세까지…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안에는 수백 년을 견뎌온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저는 여전히 ‘죽비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울림은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제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__ 정민 교수의 다른 책 리뷰 보기
📚 정민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독서 리뷰
📚 정민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독서 리뷰
한시속의 새 그림속의 새(첫째권)저자정민출판효형출판출판일2003.06.10시와 그림 속에서 만나는 우리 곁의 새들정민 작가의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는 한시와 한국의 전통 회화 속에 담
baisa.tistory.com
'Reviews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이어령의 『천년을 만드는 엄마』 독서 리뷰 (90) | 2025.09.03 |
|---|---|
| 📚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독서 리뷰 (96) | 2025.09.02 |
| 📚 『100년 동안 인간이 저지른 가장 어리석은 짓들』 독서 리뷰 (73) | 2025.08.30 |
| 📚 후쿠자와 마사히로의 『하버드의 생각 수업』 독서 리뷰 (95) | 2025.08.29 |
| 📚 오하시 부부의 『핀란드처럼 보고, 배우고, 삶을 디자인하라』 독서 리뷰 (84) | 2025.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