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 표지(부분)

왜 우리는 같은 선택을 반복할까?

『레밍 딜레마』가 던지는 집단 사고의 함정과 비전의 의미

『레밍 딜레마(Lemming Dilemma)』는 데이비드 허친스의 Learning Fable Series 네 번째 작품으로, 짧은 우화 형식을 빌려 조직과 개인이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지를 차분하게 묻는 책입니다. 이야기는 가볍게 읽히지만, 책장을 덮은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질문들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왜 우리는 알면서도 같은 길을 선택할까’, 그리고 ‘비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레밍은 정말 절벽으로 뛰어내릴까?

‘레밍 딜레마’라는 제목은 집단을 따라 무작정 절벽으로 뛰어내린다고 알려진 레밍(lemming)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이것은 과장된 신화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지만, 허친스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조직 안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다들 그렇게 하니까”, “이전에도 이 방식이었으니까”라는 이유로 비숫한 선택을 반복합니다. 그 선택이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거나,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행동을 어리석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왜 그런 선택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를 차분히 보여주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없애는 것이 정말 비전일까?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비전’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비전은 원하는 것이지,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종종 우리 삶에서 없애고 싶은 것들을 비전으로 정의한다.”

이 글을 읽으며, 저 역시 그동안 비전을 ‘문제 제거 목록’처럼 생각해 왔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실패하지 않겠다”, “실수하지 않겠다”, “이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와 같은 다짐들은 언뜻 목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방향 없는 회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허친스가 말하는 비전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떤 상태를 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창조적 비전’과 ‘반응적 비전’이 갈라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왜 반응적 비전은 지속되지 않을까?

반응적 비전은 분명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명확하고, 당장의 고통이 클수록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런 방식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조용히 지적합니다.

문제를 제거하는 데만 초점을 두면, 문제가 사라진 이후에는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이 남지 않게 됩니다. 그 결과 조직이나 개인은 다시 익숙한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지속 가능한 변화’라는 말이 왜 그렇게 자주 언급되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가고 싶은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에 집중하면 길이 보인다는 말의 의미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오직 결과에만 집중할 때,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종종 스스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109쪽)

이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보통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 오히려 방법에 집착하게 되고, 그 방법이 곧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결과에 집중한다’는 것은 성과 지표만 바라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상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라는 조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상태가 또렷해질수록,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선택지와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집단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은 가능한가?

『레밍 딜레마』는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개인의 용기만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스템, 구조,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보다도, 다르게 생각해도 괜찮은 구조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습니다. 개인의 각성만으로는 레밍 딜레마를 벗어나기 어렵고, 학습과 대화가 가능한 환경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은근하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까?

『레밍 딜레마』는 경영서나 자기 계발서로 분류될 수 있지만, 단순한 성공 공식이나 행동 지침을 기대한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분들께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 조직 안에서 반복되는 비효율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
  • 목표를 세우지만 늘 같은 지점에서 멈추는 이유를 고민하는 분
  • ‘비전’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분

짧은 우화 속 대화들이지만, 그 여운은 의외로 길게 남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생각하지 않고 따르는 선택’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동시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비전이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원하는 상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조용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_______ 데이비드 허친스의 다른 책 리뷰

📚 데이비드 허친스의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독서 리뷰

 

📚 데이비드 허친스의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독서 리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고모델이라는 이름의 안경 왜 우리는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까?『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는 자기 계발서이긴 하지만 한 번 읽고

baisa.tistory.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