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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분)

우리는 왜 라틴어를 배우는가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 세네카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를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라틴어라는 창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문법과 어휘를 넘어서, 공부와 관계, 상처와 용서, 기억과 시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공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조용하지만 깊게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공부는 왜 인생을 향해야 할까?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는
학문은 아는 데서 멈추지 말고,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종종 결과만을 바라보게 됩니다.
점수, 성과, 인정 같은 눈에 보이는 보상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공부의 목적을 훨씬 먼 곳에 두고 있는 듯했습니다.
배움은 결국 삶을 해석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라틴어 문장 하나하나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문장처럼 다가왔습니다.

 

장점과 단점은 정말 고정된 것일까?

어제의 메리튬(장점)이 오늘의 데펙투스(장점)가 되고,
오늘의 데펙투스가 내일의 메리튬이 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제가 스스로를 규정해왔던 많은 기준들이 떠올랐습니다.
장점이라 믿었던 것이 어느 순간 발목을 잡고,
약점이라 여겼던 부분이 시간이 지나 힘이 되었던 경험 말입니다.

저자는 무엇이 장점이고 단점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성찰하고 키워 가느냐가 중요하다
고 말했습니다.
내 안의 땅을 단단히 다지고 뿌리를 내리는 일, 그것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관계는 왜 ‘주고받음’이어야 할까?

Do ut Des.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

이 문장은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설명을 읽으며 오히려 관계에 대한 책임감으로 느껴졌습니다.

관계를 맺으면서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걸맞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춘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단단히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존심을 지키는 힘은
타인에게 요구하기보다, 스스로에게서 길러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시간은 정말 가장 훌륭한 재판관일까?

Tempus est optimus index.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외부 탓을 먼저 하게 되는데,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많은 어려움은 내가 뿌려놓은 태도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이 문장을 읽고 생각해 보니
조급하게 결론을 내렸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보였던 것들,
그때는 알지 못했던 이유들이 하나둘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의 판단보다 기다림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왜 아는 만큼만 보게 될까?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이 문장은 『라틴어 수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삶을 흔드는 모멘텀은 우연히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깨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한 권, 음악 한 곡,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까지도
아는 만큼, 준비된 만큼 깊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공부는
더 많이 알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더 잘 느끼고,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처는 왜 나를 더 아프게 만들까?

책 후반부에서 다뤄지는 상처에 대한 성찰
읽는 내내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타인이 나를 아프게 했다고 믿었던 순간들,
하지만 곱씹어보면
그 말과 행동이 아니라
내 안의 약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아팠던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이 조용히 따라왔습니다.

상처를 피하기보다
그 상처가 가리키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용기,
이 책은 그 용기를 조심스럽게 건네주었습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저자는 삶의 태도를 다시 묻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인생에서
우리는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무엇을 사랑하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성과나 후회보다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충실히 하라는 말이
더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라틴어 수업』은
살아가며 계속 품고 살아가야 할 질문들을 던져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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