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독서] 믿는 인간에 대하여

 
믿는 인간에 대하여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이 공부하는 학자로서 예루살렘에서 보낸 한 달의 경험과 자기 삶을 바탕으로, 오늘날 종교 공동체와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돌아본 책이다. 저자는 유럽 역사를 들여다보며 지금과 같이 혼란한 시기가 과거에도 있어왔음을 짚어내고, 고통과 환란의 시대에 신을 찾았던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종교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각자 마주한 삶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예루살렘에서 마주한 분리장벽과 삶의 모습을 통해 신의 존재와 신의 뜻을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혼란한 삶 속에서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생각의 어른’이 과연 누구인지, 우리 스스로가 그 같은 어른이 될 수는 없는지 자문한다. 또한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같은 아픔’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그것을 깊이 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과연 인간이 처한 문제들이 신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한다. 나아가 법학자로서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논란이 되었던 ‘종교의 자유’를 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무엇인지, 종교 공동체가 보여야 할 모습이 무엇인지도 되묻는다. 그밖에도 중세 시대의 수도자가 육식을 금했던 이유, 로마 시대 의사의 책무, 바티칸 시국의 영토 변화, 가톨릭의 구마 예식 등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믿는 인간에 대하여》역시《라틴어 수업》과 마찬가지로 저자만이 풀어낼 수 있는 라틴어 명구와 어원 이야기는 화두를 던지며, 저자의 설명을 돕는 사진과 그림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본문에 다 풀지 못한 설명은 ‘믿는 인간 깊이 읽기’로 덧붙여두었다.
저자
한동일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21.09.30

 

 

방학을 맞아 내려온 딸과 서점에 가서 고른 책이다.

저자의 전작 《라틴어 수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차분한 목소리는 여전하고,

코로나 사태 등에 대한 최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 좋았지만

전작의 감흥에 미치지는 못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속편은 전편만 못한 것인가.

책에서 건져 올린 좋은 생각들을 밑줄 긋기 하며 정리해 본다.

 

어느 여름날 문득 알제리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제가 "서울은 정말 덥다."라는 말과 함께 그곳에서는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자,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한국은 아무리 덥다고 해도 가을이 오잖아"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나라 기후는 사계절이 뚜렷해 좋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들었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었던 기억은 없고,

각 계절의 장점을 골고루 맛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옷을 준비해야 하고

입을 수 없는 시기에는 따로 공간을 마련해 보관해야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번거롭기까지 한 일이 아닌가.

옷차림이 기온에 적절하지 않아 낭패를 본 기억도 한 번쯤 갖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힘든 계절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계절이 온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계절은 이제 곧 끝나게 되어 있고,

견디다 보면 새롭고 좋은 시작이 온다는 것.

그래 조금만 더 참아보자.

 

우리는 이제 너와 나의 차이를 말하기에 앞서 너와 내가 무엇이 같은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습니다.… 서방세계와 아랍세계의 '같음'의 근거는... 그리스도교의 예수도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도 아브라함이라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음을 찾고 차이를 만든다

 

복잡하게 얽힌 중동 문제가 친척간 집안싸움이구나.

뿌리를 보아야 한다.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분노하기보다

무엇에 공감할 수 있는지 찾다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민족 간, 가까운 이웃과 친척 사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참 좋은 생각이다.

 

 

교회사를 놓고 볼 때, 사람들이 예배와 미사의 공간이 없어서 교회로부터 멀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 박해와 시련 때문이 아니라 교회 스스로가 사람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신이 있다면 신의 큰 뜻은 '작은 것'에 있다

 

옳은 말씀이다. 

현재의 크고 아름다운 교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는가.

그럼에도 교회 건축에 목숨을 거는(?) 목회자들이 숙고해야 할 문제다.

코로나 사태로 예배당에 모이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참된 교회라면.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한 번에 잃을 수도 있는 많은 돈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태도와 정서일 것입니다. 실패를 마주 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힘도 포함입니다. -예수를 배신한 두 사람,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

 

생각하면 그렇다. 

그런데 현실에 적용하기엔 참 많이 어렵고,

건강한 태도와 정서, 용기와 힘을 물려주는 방법도 모르겠다.

아니, 부모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를 보고 나서 뒤늦게 잘못된 방법이었음을 알게 되는 게 문제 아닐까.

 

 

저는 꽤 어린 나이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식별하고,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단념하고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 예루살렘의 새벽을 깨우는 기도 소리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분별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떨쳐버릴 것과 붙잡고 있을 것을 구분하는 것이 지혜다.

 

소심한 사람은 자신을 신중하다고 부르고, 욕심쟁이는 자기를 검소하다고 칭한다. -수도복이 수도승을 만들지 않는다 다른 책 인용

 

신중하고 검소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소심한 욕심쟁이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신중하고, 검소한 미덕을 추구하고 살아도

자칫하면 우유부단하고 겁 많은 사람이거나

인색한 욕심쟁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속성을 잘 구분해

신중하되 소심하지 않으며,

검소하되 인색하지 않은 생활을 해야 할 텐데.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에 대한 조항은 '믿는 자유와 행동의 자유'라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전자는 절대적이지만, 후자는 본질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모름지기 행동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대상으로 남는다. -미국 연방 대법원 '칸트웰 대 코네티컷' 판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감염병 확산을 위해 종교 집회를 막는 것이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구나.

 

 

성직자의 결혼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만들었는데, 무엇보다 사제의 결혼은 사제직을 세습하는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 그래서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교회 쇄신을 위해 과감하게 사제 독신제를 시행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가톨릭 사제가 독신으로 살게 된 역사적 이유입니다. … 종교의 진정한 도덕적 권위와 힘은 세속의 권위와 힘에 의존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속의 힘과 권위를 버리면서 민중의 마음에 영적 거룩함이 피어날 때 교회를 탄탄히 떠받칠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세속의 권위와 힘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종교인에게 있어 유혹이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신의 것은 신께 돌려 드려라

 

 

가톨릭 신부님도 처음부터 독신이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참기 어려운 세속적 유혹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제도였다.

비대해진 대형교회의 훌륭했던 목사님들이 어이없게 넘어지는 걸 보면

참 현명한 판단으로 도입된 제도다.

이제 곧 기독교에도 도입될 날이 오겠다.

 

 

인간은 이 세계에서 땅의 주인으로서, 또 집의 주인으로서 행세하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에 부식된 부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소유한 그 모든 재화의 '관리자'로 살다가 가는 것뿐일 지도 모릅니다. 실상 인간은 이 지상 세계의 '나그네 (크세노스)'이자 '뜨내기(파로이코스)'에 불과한 것이지요. -인간은 지상세계의 나그네일 뿐이다

 

 

728x90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4) 2023.10.17
독서] 최재천의 공부  (2) 2023.10.09
독서] 포노 사피엔스  (1) 2023.10.07
독서] 식물학자의 노트  (0) 2023.10.01
독서] 세계 그 자체  (3)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