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 표지(부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달라지는 여행”

남도의 길을 천천히 걸으며, 유홍준 작가가 오랜 세월 쌓아온 문화적 시선과 사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무엇을 보며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니 여행이 단순히 ‘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경험과 인식이 빚어내는 감각적·정신적 체험이라는 생각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은 단순한 여행 책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문화유산을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에 간단히 리뷰해 보겠습니다.
 

여행은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키는가?

책 24쪽에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그동안 여행지에서 ‘왜 어떤 날은 풍경이 유난히 깊게 다가오고, 어떤 날은 무덤덤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결국 나 자신의 경험과 연결될 때 비로소 풍부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식이나 정보뿐 아니라 삶의 체험 모두가 감각을 자극하는 토대가 된다는 설명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행이란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안의 감각을 하나 더 깨우는 과정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박물관의 유물은 왜 고향을 떠나면 생명력을 잃게 되는가?

초반부(10쪽 전후)에서 저자의 비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서구의 거대 박물관들이 “이국 문화의 포로수용소”라는 표현, 그리고 “명작들의 공동묘지”라는 비평은 다소 과격하게 들리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깊어 보였습니다.
저자는 유물이 제자리에 있을 때 온전히 빛난다고 설명합니다.
여행지에서 접했던 사찰이나 고택의 장식, 혹은 그 지역의 생활 유물들이 왜 공간 자체와 어우러져 더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이해되고, ‘유물이 제자리를 떠나는 순간 이야기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저자의 관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

책을 읽는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96쪽에서는 자연미·예술미·문화미를 구분하며,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예술미와 문화미는 지식과 훈련 없이는 쉽게 간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행 중에 미술관이나 고건축을 보면 “예쁘다” 정도의 감상만 했던 적이 많았는데, 자세히 알고 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쉽게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통 한옥의 지붕, 왜 그렇게 생겼을까?

125쪽에서 소개된 한옥 지붕의 기본 구조—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을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유익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자연스럽게 여행지에서 ‘저건 맞배지붕인가? 팔작지붕인가?’ 하고 살펴보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한옥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조를 알고 나니 과거 건축가들의 의도와 미감을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배흘림기둥은 왜 아름답게 느껴질까?

127쪽에서 설명한 배흘림기둥(entasis)의 의미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기둥을 단순히 직선 형태로 만들지 않고, 가운데를 부풀려 생동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고대 목조건축의 섬세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기둥이 지붕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설명은 배흘림기둥이 왜 아름답게 보이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단순한 구조적 형태가 아니라, 사람의 눈이 느끼는 시각적 심리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점이 깊은 감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불교미술의 꽃, 왜 사리장엄구인가?

213쪽에서 저자는 사리장엄구를 “불교미술의 꽃”이라고 표현합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금관을 만들던 솜씨와 정성을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새로운 조형미로 승화시킨 결과라는 설명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사리장엄구를 단순한 공예품으로 보지 않고, 고대인의 신앙과 예술적 정점이 만난 결정체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문화유산 감상의 핵심 문장

281쪽에서 인용한 유한준의 글은 책 전체를 요약한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구절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사람, 관계, 일상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관심을 갖고,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문화유산보다 위대한 스승은 결국 ‘인간’

307쪽에서는 “인간의 영원한 스승은 위대한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책 안에서 새삼 울림을 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저자는 실천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삶이 오히려 더 깊은 철리를 담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문화유산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의 삶과 태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전문성보다 총체성—소쇄원이 가르쳐주는 것

347쪽에 등장하는 소쇄원의 건축 철학은 책의 후반부를 아름답게 정리해 줍니다.
양산보는 건축가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조경 감각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것이 조선 사대부 문화가 가진 총체성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사철을 겸비한 지식인이면서 동시에 삶을 치열하게 성찰한 사람들.
그래서 글도 쓰고, 음악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사랑방도 디자인했던 사람들.
이런 통합적 지적 태도는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성에 갇혀 주변의 가치를 놓치기 쉬운 현대인에게 이 부분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유홍준의 다른 책 리뷰 보기_____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독서 리뷰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독서 리뷰

를 저술했을 뿐 아니라,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제1권 . 교양과 상식으로서 한국미술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다. 시대적ㆍ사회적 요구의 부름을

baisa.tistory.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