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사람의 삶을 다시 바라보다
이 책은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나무처럼 산처럼 2』를 읽다 보니, 평소에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해 왔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 곳곳에서 전해지는 이오덕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언어를 아끼는 방법, 글쓰기의 자세까지, 작고 소박한 이야기들 속에 담긴 생각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야채’ 대신 ‘채소’, 말 한마디가 왜 중요한가?
책의 첫 부분에서 “야채는 일본말이며 나물이나 채소라고 쓰는 것이 맞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언어 하나를 바로잡는 일이 일상에서는 사소해 보이지만, 이오덕 선생님에게는 말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 곧 삶을 바로 세우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본어투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지적을 통해 언어가 얼마나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피나무와 분디나무의 다른 점을 왜 굳이 기록했을까?
책 곳곳에는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에 대한 세심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 분디나무(난디나무): 잎에 가시가 하나씩 어긋나 있고, 열매는 된장에 넣으면 맛이 깊어진다고 한 점
- 초피나무(조피, 지피, 쥐피): 잎만 씹어도 맵고 톡 쏘는 맛이 나는 점, 가시가 두 개씩 마주나는 특징
이처럼 단순한 식물 설명을 넘어서 자연물과 인간의 생활이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산초의 향, 된장의 맛, 바닷가 산의 기운… 글 속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아, 이 기록은 한 시대의 생활사이자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치집 한 채에 나뭇가지가 몇 개나 필요할까?
책에 따르면 까치집 하나를 지을 때 약 1,100개의 나뭇가지가 쓰인다고 합니다.
숫자를 읽었을 때, 자연의 생명력과 그 치밀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저 새의 집’이라고 생각했던 것에도 이렇게 많은 시간과 재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은 모두 자신만의 정성을 다해 삶을 꾸려 간다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역시 자연 속에서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육식에 적합한 존재일까?
책에서 가장 생각이 오래 남았던 문장은 다음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은 육식을 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풀과 나무의 뿌리며 잎이며 열매 따위를 먹도록 되어 있고, 그렇게 먹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되고, 또 지구 환경을 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79쪽)
이 구절을 읽고 한참 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육식 소비가 당연해진 시대에, 이런 말은 조금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의 말은 단순히 ‘채식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자연과 조화롭게 바라보자는 제안처럼 느껴졌습니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 함께 생각하는 태도,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장이었습니다.
참된 글쓰기란 무엇일까?
책의 중반부에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다음 구절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살아있는 글쓰기는
- 자기 삶에서 글감을 잡아야 하고
- 의견이나 생각이 방송이나 신문에서 본 말을 옮긴 것이 아니라
- 참된 자기 이야기여야 한다.” (107쪽)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나도 모르게 남의 말로 생각을 대신하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쓰는 글도 정말 ‘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와 자세를 알려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빚 없이 살아가는 삶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지막으로 마음이 오래 머물렀던 이야기는, 남의 집 머슴으로 살다가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한 노인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농사 많이 지어서 그것을 팔아 돈벌이하려는 사람치고 빚 없는 사람이 없지만,
자기 식구들이 먹을 만큼 짓거나 품을 파는 사람은 빚 없이 살아간다.” (140쪽)
요즘의 삶과 너무 대조되는 이야기라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많이 벌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시대에,
‘가족이 먹을 만큼 짓고, 빚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삶’이 오히려 더 여유롭고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풍요는 양이 아니라 방식에서 오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정말 가능한가?
『나무처럼 산처럼 2』는 거창한 자연 예찬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일상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
그리고 작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책을 덮으며,
“내 생활 속에서 자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작은 선택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남았고,
도시에 살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 한마디를 바로 잡거나, 한 끼의 식단을 선택하는 문제, 글을 쓰는 태도만으로도
이미 자연과의 거리를 조금 좁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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