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법을 다시 배우다
이근후 교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노년의 삶 안내서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조용히 되묻게 하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이 듦”이라는 단어가 두렵게 다가오기보다, 오히려 ‘어쩌면 꽤 멋진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년은 정말 ‘비어 가는 시간’일까?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존 러스킨이 말한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저 역시 나이 듦을 ‘줄어드는 것, 사라지는 것’으로만 상상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노년을 가장 사소한 것에서 충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라고 표현합니다.
많은 시간, 깊어진 눈, 그리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기는 때라는 설명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만 늦춰도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의 소리, 반짝이는 햇살, 오래 익은 말투 같은 것들.
이런 작은 감각들이 바로 채워지는 인생의 조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성격은 수동적으로 변해갈까?
책에서는 노년의 심리를 이렇게 말합니다.
“나이 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약해지면서 성격이 수동적으로 변하며, 남에게 기대려 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되기 쉽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조금 마음이 찔렸습니다.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노인이 되고 싶을까?’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당연한 흐름’으로 보되, 거기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조언합니다.
내가 어느 순간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기 시작하거나, 모든 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 그건 몸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읽으며 스스로 자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무엇일까?
책에서 가나모리 우라코의 말이 깊게 남았습니다.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
이 말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보다, 명예보다,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는 참 즐겁게 살았다”라고 느껴지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떠올려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의 밝은 얼굴과 가벼운 웃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즐겁게 산 사람”이 되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평생의 숙제 같습니다.
삶을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걸까?
책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문장은 ‘인생을 전철에 비유한 구절’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좋은 곳에서 내려야지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결국 등 떠밀려 낯선 역에 내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문장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는 ‘언젠간 좋은 역에 내리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뜨끔했습니다.
‘내려야 할 때 내릴 줄 아는 용기’,
‘내가 왜 이 역에 있는지 고민하는 성찰’,
그리고 ‘다시 타서 다른 역으로 가도 괜찮다’는 마음.
이 세 가지가 인생을 조금 더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같다고 생각됩니다.
젊어지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저자는 의외로 “가장 쉽게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위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젊은이는 손자 손녀들이다.”
손자녀와의 관계가 단순히 혈연적 연결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 사고방식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젊은 세대와 어울리는 일이 왜 중요한지, 왜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는지, 조금 이해될 것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사람은 익숙한 세계에 머물고 싶어 지는데,
그 틀을 조금만 열면 전혀 다른 활기가 들어온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나이 듦의 마지막 지혜는 ‘받아들임’일까?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낸시 레이건의 말이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가 시작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저 사랑하면 되지요.”
이 문장을 읽고 한참 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려는 태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줄어들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한 한 환자의 후회가 깊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가고 싶은 데 다 가 보면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 말은 그저 가벼운 후회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더 거창한 목표를 이루어야만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매일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않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어쩌면 아직 충분히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 책은 노년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지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나는 내 인생의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가
- 사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
-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 “즐거워 보였다”라고 기억될 수 있을까
- 받아들이는 지혜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가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어떻게 나이 들어갈지는 분명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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