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깨우는 ‘기억되는 독서’는 무엇일까?
독서에 대해 이렇게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제목을 가진 책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장경철 선생님의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말라》는 그저 독서법을 말하는 강의집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행위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울림의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여러 문장에 자꾸 멈춰 서게 되었고, 메모를 해두면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그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성공이라 말했을까?
책의 초반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문장은 이 구절이었습니다.
“(강의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진다면 성공이라고 표현하겠다.” — 17쪽
이 문장을 읽으며, 저자는 ‘지식 전달’보다 ‘마음의 변화’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주입하는 강의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나누며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에 가치를 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보다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배웠는가’였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입을 열 때마다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그는 사상과 언어가 풍부한 사람이며 영향력 있는 사람입니다.” — 44쪽
이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제 주변의 한두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설명을 들으면 금세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짧은 문장을 던져도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사상과 언어의 밀도’에서 찾고 있는 듯했습니다. 말 한마디도 자기 생각의 깊이에서 건져 올리는 사람, 그래서 그 말이 다듬어지지 않아도 마음에 닿는 사람. 그런 사람의 존재는 결국 독서와 경험의 누적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언어의 힘을 강조하며, 영향력 있는 사람은 결국 깊이 읽는 사람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어떤 말을 하느냐는, 무엇을 읽고 어떻게 생각해왔느냐의 흔적일 테니까요.
행복은 ‘관계의 반경’에서 온다는 말이 정말 맞을까?
“인생의 좋은 것들은 대부분 만남과 관계를 통해 들어옵니다. 행복의 범위는 인사의 범위.” — 45쪽
이 구절에서 “행복의 범위는 인사의 범위”라는 표현이 유독 오래 여운을 남겼습니다.
요즘은 관계를 줄이려는 시대라고도 말하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순간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행복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관계의 질’에서 찾고 있으며, 사람 사이에 건네는 일상의 인사조차 삶의 밀도를 바꾼다고 말합니다.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반복해서 “사람을 깊이 만나려면 먼저 자신 안을 들여다보라”는 메시지가 등장하는데, 이 구절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나의 안부가 가벼우면 인사의 깊이도 얕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읽기만 하는 독서는 왜 망각을 부를까?
“읽기만 하는 것은 망각의 습관만을 기를 뿐.” — 70쪽
이 문장은 이 책이 가진 핵심 메시지를 단 한 줄로 요약한 느낌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읽는 법’은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메모하는 과정 전체를 포함합니다.
읽기만 하고 넘어가면 결국 책은 그 순간의 흥미로 끝나버리지만, 메모하고 질문하고 이야기하면 그 책은 ‘삶에 흔적을 남기는 문장’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실제로 책의 후반부에서도 “배움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표현과 함께, 생각을 붙잡아두는 도구로서의 ‘기록’을 강조합니다.
저는 이 메시지가 오늘의 독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기억되는 문장은 줄어든 시대에 ‘깊은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여전히 ‘기억되는 독서’를 필요로 할까?
이 책의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는 “기억되지 않을 읽기를 줄이고, 마음에 남는 책을 깊게 읽으라”는 따뜻한 조언에 가깝습니다.
요약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좋은 독서는 아래 세 가지였습니다.
- 함께 이야기하며 배우는 독서 — 관계와 대화를 통해 지식이 살아난다.
- 사상을 깊게 쌓는 독서 — 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읽기.
- 기록하는 독서 — 메모를 통해 생각이 오래 머무는 읽기.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일상에 놓인 작은 돌처럼, 징검다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언가를 바꾸려고 큰 결심을 하기보다, 지금 내 곁의 사람들과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 보고, 오늘 읽은 문장을 단 한 줄이라도 메모해 보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다짐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과하게 배우지 않아도 되는 배움’을 보여줬습니다. 하루 한 문장이라도 마음속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라는 위로 같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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