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자 철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강상구 작가의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고전 철학이 삶의 감각과 이렇게 가깝고도 따뜻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고, 책에 밑줄을 긋는 손이 바빠졌습니다.
제가 메모해 둔 부분을 중심으로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풍요로움은 무엇을 ‘갖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향유하느냐’인가?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에피쿠로스의 다음 말이었습니다.
"풍요로움이란 우리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향유하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흔히 ‘갖고 싶은 것’을 떠올리며 미래의 풍요를 상상하곤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돈이 ‘갖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듯, 삶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 역시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미뤄 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삶을 아껴뒀다가 다 살지 못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향유하지 않으면, 결국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도 만족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누구의 정답을 따라가며 살고 있을까?
책은 교육에 대해 상당히 솔직한 문장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람 숫자만큼의 인생이 있고, 그 숫자만큼의 정답이 있다.”
교육은 사람을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 안에서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돕는 일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자는 “천리마”라는 특정한 정답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찾은 나의 정답’을 따라 사는 삶이 천리마의 삶이라는 관점이 묘하게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정답'을 향해 경쟁하는 사회에서, 이 문장이 주는 쉼표가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이라는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법정 스님의 말처럼,
“삶은 미래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이 문장은 너무 유명해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책의 흐름 속에서 다시 읽으니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매 순간이 쌓여 세월이 되고, 결국 한 생애를 이루는 것이라면, 지금 이 작은 순간을 대충 넘길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장자의 사상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사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위(無爲)입니다.
무위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책은 무위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을 인정한 뒤 그 안에서 길을 찾는 태도라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편안해졌던 대목입니다.
바꾸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보다, 지금의 나와 주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러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상처란 결국 ‘내가 허락할 때’ 생겨나는 것일까?
에픽테토스와 아우렐리우스의 인용을 연결한 부분은 다시 읽어도 강렬했습니다.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사실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과 의견이라는 문장 역시 여러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분노가 생길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린다면, 감정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바꾸기보다, 그저 ‘거울’이 되어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까워질수록 저를 오래 붙잡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는 것뿐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서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그 조언이 상대에게는 강요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작가는 장자의 관점에서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남을 바꾸려 들 필요도 없다”라고 설명합니다.
스스로 바라보고 스스로 고쳐갈 수 있도록 ‘비추어주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말이 오히려 용기처럼 들렸습니다.
고생의 가치는 왜 잊지 말아야 할까?
밭에 물을 대는 비유는 참 오래 남습니다.
“사람은 밭에 물을 대자고 태어난 게 아니라, 발걸음이 거듭될 때 밭이 조금씩 젖어드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태어났다.”
편함만을 찾기 시작하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잃는다는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살아 있다는 느낌은 편함보다는 성실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에서 더 또렷하게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큰 사람은 왜 고집을 부리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 인용문처럼, 장자는 다양한 존재가 함께 모여 하나의 산과 강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큰 사람일수록 자기주장이 옳다고 해서 남의 의견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결국 유연한 마음이 곧 큰 사람의 조건임을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나무와 돌이 모두 모여야 산이 되듯,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삶이 풍부해진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장자를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조용히 조정해 주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억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받아들이며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삶은 지금’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통해 반복해서 전해져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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