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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독서] 세계 그 자체

 
세계 그 자체
생물은 단지 복잡한 기계에 불과할까?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일 수 있을까? 컴퓨터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우주는 본질적으로 수학일까? 자유의지는 환영일 뿐일까? 실재란 도대체 무엇일까? ★노벨상 선정 왕립스웨덴과학한림원 회원★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권 교수 추천 도서★ ★브라이언 그린, 로런스 크라우스 강력 추천★ ★맥스 테그마크, 마르틴 헤글룬드 추천 도서★ 현대 과학에 숨어 있는, 생명과 우주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놀랍게도, 수, 함수, 무한 집합 같은 수학적 대상들이 우리 머리 바깥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흔하다. 생물이 단지 기계일 뿐이라는 믿음이나, 생명의 본질이 오롯이 유전자 같은 매개체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에 있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의 1인칭적인 주관적 경험이 일종의 환각이라는 담론이나, 충분히 발달한 컴퓨터가 지능과 감정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제는 우리의 우주가 여러 개의 평행 세계, 또는 여러 시뮬레이션 가운데 하나라는 추측이 진지하게 논의된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왕립스웨덴과학한림원 회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한다. 그는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수학은 우리의 작은 두개골 바깥에 존재하지 않으며, 실재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컴퓨터는 생각하지 못하며, 주관적 경험은 환영이 아니고, 자연법칙마저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더 나아가, 생물학에서 얻은 귀중한 통찰들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왜 물리학일 수밖에 없는지 대담하게 논증한다. “수학, 물리학, 그리고 실재의 본성에 대한 대담한 관점을 보여주며, 우주의 가장 깊은 미스터리를 향해 우리를 집요하게 끌고 간다.”─브라이언 그린, 『엔드 오브 타임』 저자
저자
울프 다니엘손
출판
동아시아
출판일
2023.08.21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의 책이다. 

갖고 다니기 편하고, 손으로 들고 읽기에 부담이 없다. 

어디까지나 물리적으로 그렇다.

 

책 내용은 눈길을 확 잡아끄는 각 장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고, 

다양하고 복잡한 철학과 우주론을 거침없이 넘나들어 

읽기에 많이 부담스럽다.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주제는 분명한 것 같다.

 

'세계(실재)'를 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술(세계를 표상하려는 시도)'과 혼동하지 말라.

 

각 장에서 말하는 바와 상관 없이 장의 제목과 눈길을 끌었던 부분을 정리했다.

 

 

1. 모든 것은 물리학이다.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 만들어진 이론을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 실재 세계가 이론 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은 계속 변해왔으며 앞으로도 바뀔 수 있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19세기에는 우주를 경이로운 기계장치로 생각했고, 현재는 컴퓨터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는 컴퓨터 프로그램 속 수학적 정보에 온전히 담을 수 없다. 세계는 이론과 다르며 별개로 존재한다.

 

2.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다.

유전부호는 A, C, T, G 네 가지의 아미노산으로 된 글자로 되어 있다. 부호 세 개로 구성된 코돈은 4 × 4 × 4 = 64 종류가 가능하여 단백질 합성에 사용될 61개의 아미노산과 3개의 단백질 합성 중단 신호로 사용되는데, 유기체 속 아미노산의 개수는 20개 이하이므로 61개 중 나머지 41개가 모두 군더더기 라고 할 수 있을까? 

세균부터 인간까지 유전부호는 공통으로 사용되며,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과정에서 문장만 바뀌고 언어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생명의 본질이 순수한 정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호를 읽을 수 있는 세포가 없다면 DNA분자는 무의미하다.

 

3. 우주는 수학이 아니다.

빛과 같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경우, 어떤 때는 파동으로, 어떤 때는 입자로 이해해야 잘 들어맞는다. 측정하는 순간 파동이거나 입자가 되는 것이다.

사과는 물리학과 수학적 계산을 통해 떨어지지 않고 그냥 떨어진다.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은 세월이 지나면서 개선되고 발전한다. 앞부분에서 읽은 프랜시스 아널드가 2018년 노벨 화학상 수상 기념 만찬에서 했다는 말이 재미있다. 뉴턴의 사과에 대해 물리학자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진화생물학자는 옛날에 사과는 위, 아래, 좌, 우로 마구 움직였지만 땅에 떨어진 사과만 싹을 틔워 새 나무로 자랄 수 있었다는 것이다.

 

4. 모형은 실재와 같지 않다.

과학에서 어떤 가설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났을 때, 그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전제로 했던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다.

 

5. 컴퓨터는 의식이 없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인용한 글이 공감된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보는 것이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게 욕을 하는 것처럼 생명 없는 물건을 생명이 있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대할 때가 있다. 만약 로봇이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그 모습에 속아 로봇에게도 사람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려 할지 모른다. 속지 말자. 기계는 기계일 뿐이다.

 

6.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버트 로준에 의하면 살아있는 유기체는 미래를 상상하여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에 자연은 어떤 목적도 의도도 없다.

기계는 본질적으로 닫힌계로 부품의 교체를 통해 수리해줘야 하지만, 유기체는 열린계이며 재생과 수리를 스스로 해낸다. 

생명계를 완벽하게 기술하는 것은 모든 컴퓨터의 정보처리능력으로도 부족하며, 계산이 불가능한 수학이다.

중간에 답의 자릿수가 2조 개가 넘는 문제의 예를 들었는데 재미있다. 

죽은 유기체는 측정과 통제가 가능하나, 살아있는 유기체는 혼돈된 상태에서 질서 있는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나 측정과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살아있는 유기체는 기계가 아니다. 

 

7.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다른 동물이 되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게 될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의식은 몸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의식을 만든다면 우리와 비슷한 몸을 가진 상태여야 한다.

변화를 예상하여 대처하는 능력 같은 다른 종과 공통점을 찾는 것이 다른 종과의 차이점을 찾는 것보다 유익하다.

 

8. 자유의지는 없다.

중력 법칙 때문에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과는 그냥 떨어지고 그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중력 법칙인 것처럼, 결정론과 자유의지도 유용성이 제한적이고 구체적 모형의 틀 안에서만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삿값에 불과하다.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우리 머리 밖에는 수학이 존재하지 않고, 실재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컴퓨터는 생각하지 못하고, 의식은 환각이 아니고, 의지는 자유롭지 않다.(21)

 

우주가 자연법칙이라고 불리는 것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자연법칙이 우주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83)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격리된 유기체는 죽어 있을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물리적으로 유의미한 기술은 기계에 대한 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복잡한 유기체적 계는 현실적인 모든 의미에서 강하게 창발적이다.(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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