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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독서] 식물학자의 노트

 

 
식물학자의 노트
인정받는 신진 식물학자이자, 영국원예협회 국제전시회에서 식물 일러스트로 금메달과 최고전시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신혜우 작가의 첫 자연 일러스트 에세이. 씨앗부터 기공, 뿌리, 줄기, 꽃, 열매까지 각각의 역할과 의미를 살피는 한편, 연약한 줄기의 애기장대, 물 위에서 사는 개구리밥부터 곰팡이와 공생하는 난초, 5천 년 이상 살고 있다고 추청되는 므두셀라 나무까지,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지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한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 반드시 적응하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종을 퍼뜨리기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식물의 투쟁은 놀랍고 신비롭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애잔함마저 느끼게 한다. 각자 고유한 생존 방식으로 용감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식물의 모습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며 눈여겨보지 않았던 솔방울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SERI CEO 화제의 강의 ‘식물학자의 노트’ 출간.
저자
신혜우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1.04.27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정교한 그림이 아름답다. 

식물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생의 주요 단계를 모두 닮기 위해 

때로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인다는데,

책에 나오는 수십 종의 식물을 모두 그리기 위해 드렸을 노력을 생각하면 

책으로 묶을 가치가 충분하고, 

생활 주변에서 가깝거나 먼 식물들에 대하여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로잡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 된 사실들과 느낌을 정리해 본다.

 

  • 월별로 관찰해야 할 식물들을 정리하고,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두면 좋겠다. 7월엔 회양목 열매가 익어 세 조각으로 갈라져 날아가는 것을 구경하고, 9월엔 등나무 열매가 갈색으로 익은 다음 큰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가는 것을 관찰하는 식이다.
  • 자주달개비는 한 줄기에 매달린 꽃봉오리가 차례로 돌아가며 핀다니 화병에 한 줄기 꺾어 두고 보고 싶다.
  • 수련의 ‘수'자가 ‘물’을 뜻하는 수가 아니라 ‘잠들’ 수자를 쓴다는 걸 몰랐다. 하루는 암술이 발달한 상태로 꽃을 열었다 닫고, 다음 날은 수술이 발달한 상태로 봉오리를 연다고 하니, 꽃이 매일 잠자며 새롭게 변신해 일어나는 것 같다. 누군가 그 모습을 관찰하고 이름을 지었을 것을 생각하니 참 재미있다.
  • 산이나 공원에서 산딸기 닮은 빨간 열매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산딸나무. 익은 열매를 먹을 수 있다니 다음에 만나면 깨물어봐야겠다.
  • 현란한 색채에 감동하여 낙엽은 보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나뭇가지에서 낙엽이 떨어진 자리를 보지는 않았다. 낙엽이 떨어진 자리의 모양이 식물의 종류마다 달라 식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자료로 쓰일 정도라니 놀랍다.
  • 꽃눈과 잎눈이 다른 대표적인 식물이 산수유라니, 겨울에 가지를 살펴보고 다음 해 어떤 가지에서 열매가 달리는지 봐야겠다.
  • 제주의 특이한 가로수 나무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소금기와 해풍에 강한 ‘까마귀쪽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개구리밥(부평초)은 수상식물이 육상식물로 진화한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육상식물이 수상식물로 진화한 사례라는데, 판단의 근거를 좀 더 알고 싶다. 꽃을 맺고 열매를 통해 번식하는 복잡하고 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엽상체를 만들어 분리되는 것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며 녹말과 단백질이 풍부해 동물의 사료로 쓰이고, 수질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도 잘 기억해 둬야겠다.
  • 계피는 계피나무껍질인 줄 알았다. 녹나무 속 나무 네 종의 나무껍질을 모두 계피라고 한다니 일상에서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잡았다.
  • 큰 참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증산작용으로 내보내는 물의 양이 411리터나 된다니 어마어마하다.
  •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말하는 동백꽃은 붉은 동백이 아니라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라고 한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아 동백기름을 구하기 어려운 강원도에서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처럼 사용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지은이는 중학생 때 그 사실을 알았다니 식물학자가 될 자질이 그때부터 보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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