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는 타고나는 것일까, 단련되는 것일까
우리는 왜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굳어질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를 단련하다』는 흔히 말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에 대한 통념을 차분히 흔드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뇌를 타고난 능력의 산물로 보기보다, 환경과 자극, 그리고 태도에 따라 평생 변화하는 기관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뇌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도 결국 그 결론이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듯, 스무 살이 지나면 자기 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뇌의 상태가 더 이상 남 탓이나 환경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점이 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대학은 가르쳐주는 곳, 스스로 배우는 곳?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대학의 의미입니다. 저자는 대학을 교수가 지식을 주입하는 장소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수와 친구, 그리고 낯선 사상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스스로 배우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대학이란 교수가 뭔가를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다. 교수나 친구로부터 자극을 받아 스스로 배우는 곳이다.” (66쪽)
이 문장을 읽으며, 대학 시절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강의실에 앉아 있었지만, 얼마나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자극’이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흔드는 경험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학교 수재’가 사회에서 힘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학교에서의 우수함이 사회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 이유를 비교적 냉정하게 설명합니다. 학교는 채점 기준이 분명하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평범한 학교 수재는 실제 사회에 진출해서 그다지 쓸모없다. 실제 사회는 분명한 채점 기준이 없는 곳이다.” (68쪽)
이 대목에서 ‘노바디(Nobody)와 섬바디(Somebody)’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조차도, 실적을 내기 전까지는 철저한 노바디였다는 고백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학벌이나 소속이 아닌 실적과 아웃풋만이 개인을 증명한다는 메시지는,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통용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뇌의 감수성기는 언제까지일까?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뇌과학적 설명이 삶의 선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시각이나 사고방식에도 감수성기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소년기에서 청년기에 형성되는 사고의 틀은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도 놓치지 않습니다. 뇌는 특정 시기에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이 있는 한평생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환경,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경험, 그리고 낯선 것과 마주하려는 태도가 뇌를 계속 단련시킨다고 말합니다.
“모르는 것을 만나면 인간의 지성은 그 기회에 자기 능력을 최대한 높여 그 불가해함을 소화해보려고 한다.” (134쪽)
이 글을 읽으며 독서나 학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것만 반복하는 공부는 안전할 수는 있어도, 뇌를 자라게 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식은 왜 아웃풋 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질까?
책의 후반부에서 가장 날카롭게 느껴졌던 부분은 지적 아웃풋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저자는 학습을 인풋으로만 이해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아도,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지적 능력이 객관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지적 아웃풋이 전무한 사람은 객관적으로는 머리가 텅 빈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391쪽)
이 문장을 읽으며, 독서 노트나 글쓰기를 미루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읽는 행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왜 이 책을 더 일찍 읽지 못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대학 초입에 읽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취업 준비를 이유로 시간을 아끼는 대신, 의도적으로 한두 해를 더 써서라도 독서와 사유의 밀도를 높일 것을 권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뇌를 단련하다』는 단순한 뇌과학 교양서라기보다, 어떤 태도로 배우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서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지식을 쌓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결국 뇌를 단련하는 일은 삶을 대하는 자세와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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