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 C는 정말 암을 죽일 수 있을까?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평소 비타민 C를 ‘감기 예방용 영양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기에,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자체가 낯설고 강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는 “과연 우리는 무엇을 과학이라고 믿고 있는가”라는 생각까지 이어졌습니다.
비타민 C 논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책은 비타민 C 항암 요법을 둘러싼 오랜 논쟁의 역사를 비교적 차분하게 되짚어 줍니다.
그 출발점에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박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감기약이여 안녕』이라는 책을 통해 비타민 C가 감기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스코틀랜드 의사 유언 캐머론(Ewan Cameron) 은 말기 암 환자에게 비타민 C를 투여했을 때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1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의 반박은 왜 결정적이었을까?
하지만 1979년, 그리고 1985년에 걸쳐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실시한 이중맹검법 임상시험 결과는 “비타민 C는 암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이 결과는 비타민 C 항암 요법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린 사건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폴링 박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이미 화학요법으로 면역계가 파괴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두 번째 실험 역시 치료 기간이 평균 2.6개월로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을 들어 반론을 제기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임상 결과라는 것이 언제나 ‘조건과 전제’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비타민 C는 어떻게 암세포를 죽인다고 설명할까?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비타민 C의 작용 메커니즘입니다.
저자 야니기사와 아츠오는 비타민 C를 단순한 항산화제가 아니라 ‘프로 드러그(prodrug)’ 로 설명합니다.
외부에서 공급된 고농도의 비타민 C가 혈액을 통해 암세포에 도달하면, 산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H₂O₂)를 발생시키고, 이 과산화수소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설명입니다.
정상 세포는 이 과산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지만, 암세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핵심 논리로 제시됩니다.
2005년에 발표된 「아스코르브산은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인다」라는 논문 역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소개됩니다.
왜 먹는 비타민 C로는 효과가 없을까?
이 책에서 특히 반복 강조되는 부분은 섭취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캔자스대 메디컬센터의 드리스코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비타민 C를 혈관에 점적으로 투여하면 약이 되지만, 입으로 섭취하면 단순한 비타민에 불과하다.”
평상시 혈중 비타민 C 농도는 1~2mg/dL 수준이며,
입으로 하루 최대 10g을 섭취해도 2~3mg/dL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는 건강 유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항암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암세포를 거의 사멸시킬 수 있는 농도는 400mg/dL 수준으로,
이는 초고농도 점적요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서술됩니다.
소장의 흡수 한계 때문에 경구 섭취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항암 치료의 대안일까, 보완일까?
저자는 비타민 C 요법을 기존 항암 치료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병행 요법’으로 바라봅니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강력하게 죽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크고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타민 C 요법은 정상 세포에 큰 손상을 주지 않으며, 환자의 QOL(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생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까지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분명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의학과 과학의 역사 속에서 배제되거나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일본인 의사인 저자가 비타민 C 초고농도 점적요법을 접하게 된 계기, 이를 일본 의료 현장에 도입하며 관찰한 사례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서술한 점은 이 책에 인간적인 온기를 더해 주는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부록으로 실린 비타민 C 초고농도 점적요법을 시술하는 일본 병원 목록 역시 이 요법이 ‘이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비타민 C가 암을 죽인다』는 확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무엇이 과학적으로 옳은가” 이전에, “무엇을 너무 쉽게 배제해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독서였습니다.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한 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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