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의 시작부터 인간 세포까지, 우리는 얼마나 모르고 있었을까?
과학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사실은 얼마나 낯선가’라는 깨달음입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우주·지구·생명·문명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한 권에 담아낸 책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남겨놓은 메모들 ― 달과 지구의 관계, 플루토늄의 위험성, DNA의 길이 ― 는 일상 속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사실들이라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읽으며 느낀 생각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달은 왜 매년 멀어지고 있을까?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멈췄던 부분은 바로 “달은 매년 약 3.8c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과학적으로 오래전에 관측된 내용이지만, 막상 일상에서 이런 변화를 체감할 수는 없기에 책을 통해 접하니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달이 조금씩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지구의 조석(潮汐) 운동이나 자전 속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늘 당연하게 보는 하늘의 모습도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변화’라는 것이 단지 사회나 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지구라는 거대한 존재조차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플루토늄의 허용량이 0이라는 사실이 주는 섬뜩함
책에는 방사능 물질과 관련된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플루토늄의 인체 허용량은 0”이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묘한 소름이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브라이슨은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아주 미세한 양만으로도 장기적인 손상을 일으키거나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하고, 특히 플루토늄은 그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고위험 물질로 언급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과학이 알려주는 ‘수치의 세계’가 얼마나 냉정하고 정확한지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물질이지만,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산업 구조에서는 언제든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되었고요.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런 설명들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사실을 기반으로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과학적 경외감’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DNA 1.8m, 그 안에 담긴 기가 막힌 정교함
우리가 ‘작다’고 느끼는 세포 하나에 DNA가 1.8m나 들어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습니다. 책에서는 DNA가 어떻게 말려 들어가고, 어떻게 세포 하나하나에 저장되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이런 내용을 읽고 있으면 ‘신비롭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교한 구조가 있어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이상한 겸손함도 느껴졌습니다. 생명은 단순히 ‘살아 있음’의 연속이 아니라, 기적과 같은 정교함 위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
“일상에서 잊고 지내는 과학적 사실이 우리를 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읽으면서 ‘지식’이라는 느낌보다 ‘경험’이라는 느낌이 더 크게 남습니다.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그 사실이 왜 중요한지, 인간의 삶과 어떤 연결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공기 중의 원자가 어떻게 우리 몸으로 들어와 세포가 되는지, 빛이 어떻게 먼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지 등…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해서 알 필요도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브라이슨은 “우주가 만들어낸 기적적인 우연”처럼 묘사하며 독자의 시선에 새로운 빛을 비춰줍니다.
저 역시 읽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너무 작은 부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책이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전하려는 중심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거대한 세계 위를 걷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설명되고 이해된 것처럼 보이는 시대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모름’이 우리가 계속 배우고, 질문하고, 탐구해야 할 이유가 된다는 사실도 느끼게 됩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과학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을 조금 더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줄 것 같습니다.
특히 우주·생명·지구 같은 소재에 막연한 경외감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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