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트 보스하르트 『소비의 미래』 독서 리뷰

1.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산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소비의 미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사람들은 이제 고객에게 좋은 감정을 팔고 있다.”(85쪽)였습니다.
이 한 문장에 현대 소비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물건을 가졌을 때의 기분’, 즉 정서적 만족감이 구매를 결정짓는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리는 단순히 카페인을 사는 게 아니라, ‘이 브랜드의 감성’과 ‘그 안의 분위기’를 사는 셈입니다.
그래서 보스하르트는 이를 감성경영(Emotional Management)의 시대라 말합니다. 기업은 이제 기능보다 감정을 설계해야 하고, 소비자는 물질보다 ‘이야기’를 원합니다.
이런 변화는 마케팅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이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2. ‘꿈의 사회’로 향하는 소비자들, 우리는 무엇을 욕망할까?
저자는 사회 발전 단계를 ‘수렵 → 농경 → 산업 → 정보 → 꿈의 사회’로 설명합니다(95쪽).
이 구절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발전한 사회가 아니라 ‘꿈을 거래하는 사회’라는 비유가 깊이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자기실현’과 ‘환상’을 소비합니다.
영화나 패션,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은 모두 어떤 ‘꿈의 조각’을 팔고 있지요.
보스하르트는 “전문적으로 꿈을 파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견했습니다.
이 말은 단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직업이 ‘상상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3. 사치란 무엇이며, 왜 인간은 여전히 그것을 좇는가?
책에서 가장 철학적인 대목은 “사치란 우리 삶의 핵심범주이다”(128쪽)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사치는 단순히 물질적 낭비가 아니라, 인간이 타인과의 구별 속에서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치의 반대는 가난이 아니라 비천함이다”라는 코코 샤넬의 인용이었습니다(134쪽).
사치가 단죄받아야 할 죄라기보다, 인간의 존엄과 표현 욕망을 이해하려는 태도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사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영’이 아니라 ‘자기만의 미적 기준을 지키려는 시도’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고급스러움’이라는 감각에 끌립니다.
보스하르트가 말한 대로, “혁신이 빨라질수록 전통이 중요해진다”는 말이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현실적입니다(269쪽).
4. AI 시대, 소비의 주체는 누구일까?
책은 이미 2001년에 “값싼 노동은 자동화될 것이고, 전문적인 업무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신 처리하게 될 것이다”(114쪽)라고 예견했습니다.
당시에는 공상처럼 들렸을 예측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결국 인간의 감성, 상징, 창의력뿐입니다.
보스하르트는 MIT의 교육학자 시모어 패퍼트의 말을 인용하며 “미래의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코치나 격려자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241쪽).
교육을 넘어, 앞으로의 모든 ‘서비스업’의 본질이 바뀐다는 의미처럼 읽혔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경험과 공감,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감정의 연결이기 때문입니다.
5. 잊혀진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힘, 그것이 미래의 소비다
“오늘날의 고객은 매우 빨리 잊어버린다. 따라서 잊어버린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269쪽)
보스하르트의 이 말은 소비가 ‘기억의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AI와 자동화가 일상을 지배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오래된 것—손편지, 필기, 아날로그 음악, 빈티지 디자인—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도 펜과 잉크가 다시 돌아온다’는 그의 말(255쪽)은, 지금의 레트로 열풍을 예견한 예언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소비의 미래란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미래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소비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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