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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분)

 

왜 같은 문제도 다르게 판단할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노이즈』는 우리가 믿고 있는 판단의 신뢰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책입니다. 심리학과 의사결정 연구 분야에서 권위자인 카너먼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편향(bias) 외에도 잡음(noise)이라는 숨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잡음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실제 삶과 제도에서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 책은 “왜 같은 문제를 두고도 사람마다 다른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1. 책이 말하는 ‘잡음’이란 무엇인가?

카너먼은 잡음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같은 문제를 검토하고 내린 판단에 나타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산성”(p.55). 쉽게 말해, 같은 상황인데도 사람마다 또는 같은 사람이 다른 시점에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현상입니다.
책에서 사용된 사격 표적 비유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총알이 일정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그것이 ‘편향’이고, 총알 자국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면 그것이 ‘잡음’입니다. 우리는 편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지만, 잡음은 무작위적이어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잡음이 판단 오류를 더 크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2. 판결과 보험 심사에 잡음이 어떻게 작동할까?

저자는 정말 현실적인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었습니다.

  • 판사들은 동일한 범죄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분이나 신체 상태, 개인적 편견에 따라 형량을 달리 내렸습니다. 양형 가이드라인이 잠시 형량 차이를 줄였지만, 사법부 내부의 반대로 권고 사항으로 바뀌자 다시 차이가 커졌습니다.
  • 보험 심사와 손해사정 사례에서는 동일 사건임에도 평균 55%나 보험금 산정액이 달랐습니다.
  • 심지어 주식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같은 기업을 평가했을 때 분석값의 차이가 41%에 달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과연 우리가 믿는 전문성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3. 잡음을 줄이면 편향은 더 선명해질까?

카너먼은 잡음을 줄이면 오히려 편향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편향부터 없애려 하지만, 실제로는 잡음을 줄이는 것이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잡음을 줄이면 의사결정 과정이 정돈되고, 그 속에서 편향의 방향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판사의 판결 과정에서 체크리스트나 표준화된 기준을 도입하면 잡음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험 심사나 기업 분석에서도 구조화된 절차가 있을 때 개인의 기분이나 우연한 상황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4. 경험이 쌓이면 잡음이 줄어들까?

많은 사람들은 경험이 쌓이면 판단이 더 정교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노이즈』는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경험이 늘어도 잡음은 줄지 않으며,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자의 경험이 다르게 축적되면서 관점이 더 다양하게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 역시 일상에서 겪었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날은 이런 선택을 내렸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날에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일관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5. 우리는 왜 잡음을 방치할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잡음을 줄이는 데 소극적일까요? 책은 그 이유를 “사람들이 자신의 직관과 전문성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직관은 때때로 유용하지만, 잡음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직관에 의존할수록 개인의 기분과 환경에 따라 판단이 흔들리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내 판단은 얼마나 일관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같은 안건을 다룰 때, 그날의 컨디션이나 분위기에 따라 제가 내린 의견이 달라진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잡음은 거대한 제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소한 선택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6.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은 판단을 ‘측정’에 비유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안을 예측하거나 평가할 때, 그것은 마음이라는 도구를 통해 수치를 매기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측정에는 정확성이 필요하지만, 편향과 잡음은 이를 방해합니다.

따라서 『노이즈』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 더 나은 판단을 원한다면 먼저 잡음을 줄여야 한다.
  • 잡음을 줄일 때 비로소 편향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 직관보다는 구조화된 기준과 절차가 더 신뢰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노이즈』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판단 오류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편향만을 문제 삼던 시각에서 벗어나, 잡음이라는 변수를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치가 큽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판단의 신뢰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 때, ‘내가 지금 내리는 판단은 잡음에 흔들린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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