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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분)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인간 사회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제목 그대로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본 작품입니다. 주인공 ‘나’는 이름 없는 고양이로, 인간들의 생활을 옆에서 관찰하며 그들의 허영, 오만, 우스꽝스러운 일상을 꼬집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고양이의 말 중 “원래 인간들은 자기 자신만 믿기 때문에 모두 오만하다”(18쪽)라는 구절이 특히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심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게 짚어낸 문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름 없는 고양이가 주인의 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며 세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주인 구샤미 선생은 겉으로는 학자이자 교양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게으르고 무능하며 허세 가득한 인물입니다. 그의 주변 인물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고양이의 눈에는 모두가 한심하고 우스꽝스럽게 비칩니다.

고양이는 인간들의 대화와 행동을 가차 없이 풍자하면서도, 계절이 바뀌고 꽃이 지고 피는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백자빛 수선화가 차츰 시들고, 푸른 줄기 매화가 병에 꽂힌 채 차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기만 해도 어쩔 수 없구나 싶어”(74쪽)라는 구절은, 허망한 인간 세상 속에서도 자연의 흐름은 변함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인간 사회에 대한 풍자와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는 제삼자의 시선을 빌려 인간들의 허영심과 무능, 오만함을 드러내면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게 합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이 가진 허무와 무력감을 고양이의 일상 속 관찰을 통해 은근히 드러낸 대목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객실 안에 유난히 새봄 냄새가 나는 게 주인의 웃음소리조차 화창하게 들린다”(58쪽)라는 표현처럼, 사소한 일상 속 작은 행복이 존재하지만, 곧 덧없이 사라져 버리곤 합니다.

또한 이 소설은 한가하게 모여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풍자함으로써, 무기력한 지식인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대의 인물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삶을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다 포기하고, 쉽게 무언가를 단념했던 제 모습이 작품 속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시선은 단순히 남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왔습니다.

또한 소세키의 문장은 단순한 풍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소나무 사이에서 2,3단의 다홍빛을 자랑하던 단풍은 지난 꿈처럼 사라져 버리고”(28쪽)라는 구절은 일본 근대문학 특유의 정취를 느끼게 하며, 인간의 유한한 삶과 겹쳐져 더욱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 사회를 비추는 풍자와 성찰의 거울입니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웃음을 지으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인간이 가진 오만함과 허무, 그리고 덧없는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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