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고하고 의심하는 힘
후쿠자와 마사히로의 『하버드의 생각 수업』은 하버드 학생들의 수업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입니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지성인들이 가진 공통점으로, "자신의 생각으로 말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5쪽).
책을 읽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성"이 단순히 많은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님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권위나 대중적 여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배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1. 교양이란 무엇인가
책 속에서 인용된 에두아르 에리오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교양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남는 것이며, 모든 것을 배운 뒤에도 부족한 것이다." (10쪽)
우리가 학교와 사회에서 배우는 수많은 지식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는 사유의 습관, 사고의 깊이가 바로 교양이라는 것입니다. 이 구절을 통해 "생각하는 힘"은 단순히 학문적 훈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질문하는 힘: 자기 자신을 탐구하다
하버드 로스쿨 입시 문제로 출제되었다는 "당신 자신에 관해 쓰시오"(20쪽)는 단순하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물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적 지위, 직업, 가족 배경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나"를 드러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강조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실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36쪽)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3.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기
저자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일뿐이다." (47쪽)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일 뿐이라니, 짧은 말이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사회적 합의나 여론 역시 흔들릴 수 있고, 권위자의 말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단지 지식을 넓히는 도구가 아니라, 민주 사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4. 세계와 문명의 충돌
저자는 유엔 직원 채용 시험(60쪽)과 헌팅턴의 문명 충돌 이론(82쪽)을 인용하며, 전쟁이 단순히 국가 간 갈등이 아니라 문명 간 충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오늘날 지구촌은 정보화와 글로벌화로 하나로 연결된 듯 보이지만, 동시에 문화적 차이와 가치관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이 장을 읽으며, 진정한 글로벌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 문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정보화 사회와 사고의 위험
저자는 지금 시대를 "정보화 사회"라고 규정하며, 특정한 사고방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여론을 지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합니다(106쪽).
이는 SNS와 미디어가 지배하는 오늘날 누구나 더욱 쉽게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누군가의 말이 수만 번 공유되고, 그 반복 속에서 그것이 마치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6. 사고를 확장하는 철학적 질문들
책에는 옥스퍼드와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 "주차 위반을 하면 사형에 처하는 법률은 적절한가?" (130쪽)
- "예술은 과학보다 덜 필요한가?" (184쪽)
이러한 질문은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사고의 깊이를 요구합니다. 저는 이 질문들을 읽으며,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와 규범을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7. 과학기술과 인간다움
철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는 과학기술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이 본래 가졌던 인내, 우정, 기다림 같은 본질적인 경험을 잃게 될 위험을 지적했습니다(210쪽).
편리함은 우리 삶을 개선하지만, 동시에 인간다움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우리는 더 의식적으로 인간적인 가치를 붙들어야 한다는 경고로 읽혔습니다.
8. 마무리
『하버드의 생각 수업』은 단순히 "하버드 학생처럼 공부하라"는 조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 질문하고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내가 믿는 것이 정말 옳은가?", "나는 내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은 그 필요성을 강하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결국, 지성은 많은 지식을 아는 데 있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며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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