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한조
- 출판
- 시공사
- 출판일
- 1997.12.15
사진의 본질을 묻다
1. 사진, 그 '한 장'에 담긴 시간과 시선
사진은 보통 ‘찰나의 예술’이라 불립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 감상의 길잡이』를 읽고 나서 저는 사진은 결코 순간만을 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정한조 작가의 『사진 감상의 길잡이』는 사진을 ‘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하고 깊이 있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2. 사진 감상의 첫걸음 – ‘눈’이 아닌 ‘생각’으로 보기
책은 에드워드 웨스턴의 말로 시작합니다.
“카메라의 렌즈는 인간의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본다.”
사진은 눈으로만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렌즈와 감각, 사유가 함께 작동하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렌즈는 인간의 눈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빛을 포착하고, 사진가는 그 빛 안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장면과 시간을 잡아냅니다.
결국 사진 감상이란 무엇을 찍었는가를 보는 것보다 ‘어떻게 멈추었는가’를 읽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3. 결정적 순간의 힘 – 브레송의 사진에서 배우다
사진은 회화나 문학처럼 서사를 이어나갈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제한이 ‘결정적 순간’의 강렬함을 부여합니다.
브레송의 사진이 대표적입니다. 그가 찍은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단 한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 낸 결과물입니다.
그의 사진은 사소한 장면을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전후 사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강력한 시간의 응축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4. 사진과 시간 – 정지된 듯하지만 흐르고 있다
책에서는 사진과 박제의 공통점에 대해 언급합니다. 둘 다 시간을 멈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멈춘 시간을 통해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집니다.
이 지점에서 ‘정지된 시간’, ‘흐르는 시간’, ‘낯선 시간’이라는 키워드가 나옵니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지만, 보는 우리는 그 안에서 전후의 시간, 혹은 어떤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개인의 시간으로 확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5. 워커 에반스 –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사진
워커 에반스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진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그는 감정이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대의 분위기, 인간의 흔적, 공간이 가진 결을 기록합니다.
에반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살펴보는 느낌이 듭니다. 강요하지 않기에 감상자는 오히려 더 깊이 집중하게 되고, 분석적이고 지적인 방식으로 사진과 대화하게 됩니다.
그의 사진은 한 시대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폭로’합니다. 그러나 그 폭로는 공격적인 방식이 아니라 보여줌으로써 생각하게 만드는 고요한 방식입니다. 이 점이 바로 워커 에반스의 사진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6. 우리가 사진을 감상한다는 것
사진 감상이란 단순히 예쁜 풍경을 감상하거나 인물의 표정을 읽는 일만은 아닙니다.
사진은 하나의 언어이자 텍스트이며, 사진 감상은 그 장면이 왜 기록되었는가, 어떤 시선으로 포착되었는가를 질문하는 일입니다.
『사진 감상의 길잡이』는 그런 질문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예술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다큐멘터리 사진의 맥락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고,
사진을 사랑하지만 항상 감상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훌륭한 지도가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7. 마무리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으로 보되, 마음으로 읽기.'
사진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예술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한 장의 이미지가 말해주는 깊이와 넓이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 말입니다.
『사진 감상의 길잡이』는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사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을 선물해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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