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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책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파주출판도시의 코디네이터로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지휘하여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2002년 명예 펠로우의 자격을 부여받은, ‘빈자의 미학’의 건축가 승효상이 간결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도록이다.  2011년까지 중앙일보에 연재한 칼럼 ‘아기택처(我記宅處)’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을 섞어 다시 편집한 것이다.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구조와 기능은 물론, 그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아울러온 저자가 국내·외 여행을 통해
저자
승효상
출판
안그라픽스
출판일
2012.10.23

 

오래된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

 

1. 건축이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다

건축가 승효상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공간을 느껴야 한다’는 자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건축물을 단순히 ‘멋진 외형’으로만 바라보았던 저에게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선물했습니다. 건축은 조각 같은 시각적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라는 말이 책 속에서 유독 크게 다가왔습니다.
 
 

2. 지도를 읽는다는 것은 도시의 기억을 상상하는 일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지도를 모으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경로 파악을 넘어 도시 구조 속에 담긴 권력, 이념, 역사를 읽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도 여행을 준비할 때 종종 지도를 들여다보지만, 이처럼 지도를 해석하려 한 적은 없었습니다.

“지도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산세, 물길, 길의 구성, 집들의 배치, 도시의 구조까지.”

이 문장을 읽고, ‘지도 속 공간을 걷기 전, 머릿속에서 먼저 산책해 보는 일’이 진짜 여행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가는 도시라도 이처럼 미리 구조를 익히고 상상하면, 낯설지 않은 여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3. 길을 다시 보다: 걷는다는 것의 의미

책에서 저자는 ‘길은 선이 아니라 공간이다’라고 단언합니다.
길이 지나치는 통로가 아니라 머무는 장소, 눈으로 보는 곳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곳이라는 설명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대구 유가사의 보이지 않는 길, 파리 샤르트르 대성당의 미로처럼,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를 이끄는 길의 존재를 인정할 때 공간에 머무는 감각이 깨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니, 걷는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길을 빠르게 지나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공간의 기운을 느끼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습니다.
 

4. 오래된 것들, 우리 곁에 있는 아름다움

책에는 담양의 소쇄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소쇄’라는 말은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도 등장하는 이 단어처럼, 우리 건축에도 담백하고 철학적인 미학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 같은 서구의 거장들을 언급하며, 그의 여정을 소개하는 동시에 정식 교육 없이도 공간의 본질을 깨달은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예시를 통해, 저자는 단지 과거 건축물의 의미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공간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5. 공간은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단순한 건축 이야기 그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건축을 시각적 요소보다 ‘공간적 체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은 제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오래된 골목, 낡은 담장, 방향 없이 이어진 골목길까지도 이젠 하나의 건축적 ‘의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건축을 ‘사는 곳’이나 ‘멋진 구조물’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머무는 그릇’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6. 마무리

이 책은 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뿐 아니라, 여행과 공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매일 걷는 거리, 잠시 머무는 장소, 그리고 오랫동안 스며든 도시의 흔적까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그 모든 공간에 ‘생각’을 불어넣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길을 걸을 때, 지도 한 장을 펼칠 때, 낯선 도시를 바라볼 때마다 이 책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래된 공간 속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책 표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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