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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드로잉 속 ‘조선 남자’의 진짜 얼굴을 찾아서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히스토리아 001)
저자
곽차섭
출판
푸른역사
출판일
2004.01.10

책을 읽게 된 계기

서양 미술사에서 루벤스의 이름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 한 드로잉이 조선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낯설고 흥미로웠습니다. 곽차섭 교수의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는 바로 이 미스터리한 드로잉 속 ‘조선 남자’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연구서이자,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코레아는 당시 조선을 뜻하는 Corea)가 루벤스와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드로잉 속 남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루벤스의 드로잉 작품 <조선 남자>를 면밀히 분석하며, 이 그림 속 남자가 조선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드로잉 속의 남자는 조선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가 조선 사람이 아니라면, 말총으로 만든 방건을 쓰고 철릭을 입은 그는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p.100)

그림 속 인물의 복식은 조선 시대의 전형적인 남성 복장과 매우 흡사합니다. 방건과 철릭이라는 단서만으로도 그의 정체는 조선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자는 이 남자가 바로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가 유럽에 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하나하나 추적합니다.
* 방건: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평상시 쓰던 네모 상자 모양의 관. 사각(四角)이 편평하며 정수리 부분이 막힌 것과 터진 것이 있다.(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 철릭: 조선 시대, 무관(武官)이 입던 공복(公服)의 하나. 깃이 곧고 허리가 넓으며, 허리에 주름이 잡히고 큰 소매가 달렸다. 당상관은 남빛, 당하관은 분홍빛으로 구별되었다.(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안토니오 코레아, 유럽에 발을 딛다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17세기 초 조선 청년이 어떻게 유럽에 도착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1600년대는 동서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시기였지만, 일본과의 교역, 포르투갈 상인, 예수회 선교사 등을 통한 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토대로, 안토니오 코레아가 유럽에 도착해 루벤스와 만났을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1606년에서 1608년 사이 루벤스가 로마에서 안토니오를 만나 자신의 드로잉 작품 <조선 남자>를 그렸으리라...” (p.105)

이 가설은 마치 미술사와 세계사를 잇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정말 가능했을까?’라는 질문과 ‘그렇다면 그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었을까?’라는 상상과 호기심에 빠졌습니다.
 

미술사와 역사학이 만나는 흥미로운 연구

곽차섭 교수는 단순히 그림 속 인물을 조선인이라고 주장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루벤스의 화풍, 당시 유럽의 인물 초상화 방식, 복식사, 무역 기록, 선교사 문서 등 방대한 사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추론을 이어갑니다. 이 과정은 마치 한 편의 탐정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저는 특히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가’라는 질문 하나가 이렇게 풍부한 역사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미술작품이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의 증거이자 문화 교류의 흔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소감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는 학술서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저자가 꼼꼼하게 사료를 분석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흥미롭게 풀어내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가 루벤스의 손에 의해 그림으로 남겨졌다”는 상상은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특별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은 기록에 몇 차례 언급되었을 뿐이지만, 그가 유럽에 발을 디딘 조선 청년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삶은 하나의 역사적 상징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는 역사와 미술의 경계를 넘어선 흥미로운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한 장의 드로잉을 통해 조선 청년의 발자취와 유럽 미술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란 결코 죽은 기록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루벤스를 좋아하는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교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표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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