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 중 ‘그뤼에르(Gruyères)’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엔 치즈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다녀와 보니, 그뤼에르 치즈 마을은 단순한 치즈의 생산지를 넘어 중세의 감성과 자연, 미식이 어우러진 보석 같은 곳이었어요. 오늘은 제가 다녀온 소박하지만 인상 깊었던 그뤼에르 여행 후기를 공유해 볼게요.
중세 마을에 걸어 들어간 듯한 첫인상
그뤼에르는 스위스 프리부르(Fribourg) 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매우 추천할 만한 곳이에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하려면, 로잔(Lausanne)에서 팔라지(Palézieux)까지 기차를 타고, 거기서 불(Bulle)로 환승한 후, 마지막으로 그뤼에르(Gruyères) 역에서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기차에서 내리면 마을 중심부까지는 도보로 10~15분 거리인데, 짐이 많다면 역 앞에서 마을 방향으로 가는 버스(슈틀버스 형태)를 이용해도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짧은 거리마저도 산책 삼아 걸어가더라고요. 언덕길이 조금 있지만, 그뤼에르 마을 입구에서 펼쳐지는 중세 풍경을 차분히 감상하기 딱 좋은 거리예요.
자동차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야 합니다. 덕분에 더욱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유지되더라고요.
그뤼에르 치즈, 이름의 유래와 역사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그뤼에르 치즈(Gruyère Cheese)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치즈는 바로 이 마을에서 유래되었어요. 이미 12세기부터 이 지역에서는 치즈가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도 전통 방식으로 숙성되는 하드 타입 치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죠.
현지인들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그뤼에르 치즈는 짙은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깊은 풍미로 유명하다고 해요. 마을 곳곳에서는 치즈를 주제로 한 박물관, 상점, 그리고 치즈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가득합니다.
‘라 메종 뒤 그뤼에르’에서 치즈 제조 과정을 눈앞에서!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라 메종 뒤 그뤼에르(La Maison du Gruyère)는 꼭 들러야 할 코스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치즈 공장을 넘어,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숙성되는지를 직접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이에요. 유리창 너머로 실제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고, 입구에서 받은 오디오 가이드(한국어도 있어요!)로 치즈의 역사와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직접 방문하진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식사! 마을 식당에서 그뤼에르 치즈 요리를 맛볼 수 있었는데, 숙성된 치즈의 진하고 깊은 맛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치즈와 초콜릿의 마무리, 마을 산책은 덤
그뤼에르 마을 자체는 작아서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도 걷는 내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그뤼에르 성(Château de Gruyères)도 꼭 들러보세요. 내부에 중세 가구와 그림, 장식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마치 타임슬립을 한 느낌이에요.
마을 끝자락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H.R. 기거(Giger)의 뮤지엄과 카페도 있는데,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어서 의외로 치즈 투어의 색다른 마무리 장소가 되었어요. 마지막엔 치즈 퐁뒤와 따뜻한 핫초코로 하루를 마무리했답니다.
다시 떠올려도 미소 짓게 되는 그뤼에르 여행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가장 ‘스위스다운’ 하루를 꼽으라면, 단연 그뤼에르 치즈 마을 여행이었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현지의 전통과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함이 녹아 있는 곳이었거든요.
치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소박한 유럽 마을 특유의 감성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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