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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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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효진
출판
사진예술사
출판일
2004.03.25

 

"사진거리는 아주 먼 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즘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거리의 풍경, 스쳐 지나가는 사람, 발밑의 작은 들꽃까지… 카메라를 들고 바라보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 좋은 카메라만 있으면 나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사진을 취미로 삼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고민일 것이다.


사진은 장비가 아니라 ‘눈’으로 찍는 것 아닐까?

『개망초의 행복』은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었다.
사진과 함께 담백한 글이 실린 이 수필집을 읽다 보면, "정말 멀리 가야, 좋은 장비가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된다.

책 속 한 구절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사진거리가 아주 먼 곳에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사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 먼 곳에 있는 어떤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랑하는 것이어서 나만의 것이 아닐 때가 많다." (p.110)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진을 통해 ‘진짜’를 보는 법을 배우다

저자는 말한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평범하게 바라본 것이 진실에 가깝다."
억지로 멋을 부리거나 과장된 장면은 오히려 진실에서 멀어진다고.

"진실이 아닌 것은 아름답지 않고 감동을 주지 않는다." (p.152)

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느꼈다. 너무 완벽한 구도, 너무 인위적인 연출보다
문득 마주한 평범한 순간이 더 큰 울림으로 남는다는 걸.


‘성공’이 아닌 ‘사랑’으로 남는 삶

이 책의 또 다른 인상적인 구절은 고흐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흐는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더 할 수 없으리만치 열심히 처절하게 예술과 인생을 사랑하며 산 사람이었다." (p.178)

성공은 끝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이 사진들도 언젠가 빛나지 않더라도, 그 순간순간 사랑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잘 찍으려면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할까?

사진 잘 찍으려면 비싼 장비가 필요할까?
사진이 잘 나오는 비결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멀리 가야 좋은 사진이 찍힌다고 생각할까?

『개망초의 행복』을 읽고 난 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 달라졌다.
결국 사진이란 ‘무엇을 찍느냐’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좋은 카메라가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눈이 사진을 완성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 지금, 내 주변을 찍어볼까요?

가까이 있는 풍경과 사람,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짜 ‘내 사진’을 찍어보는 건 어떨까?
좋은 카메라, 멋진 여행지가 아니어도
지금 이 순간,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다.

혹시 지금 내 손에 쥔 카메라가 별로라 생각했다면,
오늘부터 그 생각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
내가 보는 세상 자체가 이미 멋진 작품이니까.

 

사진: Unsplash 의 Sara Kurfe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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