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원데이(One day)'.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가 주연한 2012년 개봉 영화다.
2006년 7월 15일의 이야기로 출발한 영화는
곧바로 7월 15일이 특별해지기 시작한
1988년 7월 15일 새벽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캠퍼스(?)에서 학사모를 쓴 동창생 한 무리가 걸어 나와 서로 인사하며 흩어진다.
설마 밤새워 졸업식을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마치고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다. 졸업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사회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졸업을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에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아무튼, 새벽의 푸른빛을 잘 포착한 영상이
재생을 잠시 멈추고 길게 감상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촬영한 영상이 참 아름답다.
대학 동창인 남녀 주인공의 의미 있는 첫 만남으로 특별해진
1988년 7월 15일
이후 매년 반복되는 7월 15일
그날 하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재미있다.
첫 장면처럼 푸른 청춘 남녀의 성장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곳곳에 빛나진 않지만 유머 코드도 들어있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꿈을 놓지 않고 성실한 삶을 이어가지만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엠마,
유복한 환경과 조언은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부모에게서
잘 생긴 외모까지 물려받고 태어나 최고 인기남으로 대학을 마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가볍게 인생을 즐기는 덱스터,
그런 자녀를 사랑하며 지켜보지만 무기력한 부모,
그 주변에서 잠깐씩 머무르는 친구들.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는 인생이다.
영화는 결혼으로 완성되는 부부 관계보다 친구 관계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
덱스터가 본인만 모르는(?) 제멋대로의 삶을 살며 한창 망가지는 중에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보다 생활고 해결을 위해 교사일을 하는 엠마를 향해
“능력 있으면 하고 능력 없으면 가르쳐라"는 자극적인 말로 도발하는 것이나,
너무나 쿨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부부 관계에 비해
환경과 조건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우정을 그린 것을 보면 그렇다.
유럽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 그런지
스토리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나 분장도 나무랄 게 없다.
앤 해서웨이는 꾸준히 자신을 지켜가는 역할이라 그랬겠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표정과 분위기의 큰 변화가 없어 아쉽지만,
남자 주인공을 맡은 짐 스터게스는 인생의 굴곡에 따른 표정 변화를 다양하게 잘 소화하였고,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무기력한 부모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잘 보여주었다.
로맨스/멜로로 분류된 가벼운 영화이지만
어느 영화나 그러하듯 간접 경험하게 되는 여러 인생을 통해
공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가볍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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