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독서] 법정,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주머니속의샘터명작)
강원도 오두막에서 자연과 벗하며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법정스님. 스님이 주관하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 운동은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인간 본래의 맑고 향기로운 심성을 가꾸고 지키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다. <눈 고장에서>, <산에는 꽃이 피네>, <살아 있는 부처> 등 세 주제를 토대로 64편의 글을 수록했다.
저자
법정
출판
샘터(샘터사)
출판일
2000.12.20



법정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삶의 자취와 생각’을 적은 수필집입니다. 
술술 읽히고 재미까지 느껴지니 정말 잘 쓴 글이 맞습니다.

“소식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세계 안에서 그때그때의 소식을 만들면서 살아갑니다.(50)”란 부분을 읽으며 ‘소식'이란 말이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들렸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단어를 멋스럽게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것이 글 잘 쓰는 사람의 능력인가 봅니다.
어렴풋이 뉘앙스를 알고 사용하는 ‘소식'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1.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사정을 알리는 말이나 글.
 2. 천지의 시운(時運)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일.”이라 나와있었습니다.
‘사정을 알린다’는 의미라니 뉘앙스를 제대로 알고 사용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자로는 사라질 소(消)와 쉴 식(息)을 썼습니다. 식에는 (숨을) 쉬다, 호흡하다, 생존하다의 뜻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호흡이 사라져 가는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의 호흡과 바꾸어 가는 것이 소식이 된다는 말로 들리어 그때그때 소식을 만들며 산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구구절절 뉴스거리를 만들지 않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더라도 생명을 사라지게 하며 그 대가로 매 순간을 살고 있다 생각하니 경건해집니다. 

‘삶은 영원한 현재’이므로 아무런 목적을 갖지 말고 그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나,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이 곧 행복의 비결(81)”이며, 집이나 논밭, 자동차나 가재도구가 모두 삶의 소도구에 불과하며 인생 무대의 배경으로 쓰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라는 말도 울림이 큽니다.

직장생활에 대한 조언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직장생활도 ‘한낱 생계를 위한 방편이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소재’가 될 수 있어, 일을 통해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을 알차게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면 고용주나 다른 사람을 위한 일로 여겨 괴롭게 버텨나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녹색평론>을 좋은 잡지로 추천한 것이나 여러 가지 새소리를 듣고 각 새의 특징을 잡아 묘사해 놓은 글을 읽으며 저자의 자연사랑을 알 수 있었는데, 아름다운 숲을 보며 지금 세대가 아름다운 숲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하여 놓은 먼저 세대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감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세대를 위하여 410그루의 묘목을 심으며 의무를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자연은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없으므로 참고 견뎌야 하며, 그것을 인정하여 마음이 평정해지면 비로소 밖의 바람도 잠잠해지는데 ‘자연현상이 우리 마음이 나타난 바’라는 경지는 스님이라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종교는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생각과 자연은 원초적인 것으로 건강하지만 문명은 그것을 만든 인간 자체가 온전하지 못하므로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배반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크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신이 어디 귀머거리인가. 신은 손뼉소리나 울부짖는 소리보다 침목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신다. 한밤중의 고요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그분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기도란 침묵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사랑이다. 그리고 기도의 마지막 단계는 침묵 속의 명상임을 알아야 한다.(214)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