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잠에서 깬 주인공 K가 체포당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소한 사람도, 죄명도 모른다.
체포되었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데 행동은 자유롭다.
살던 곳에서 그대로 생활하며, 직장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평소와 다름없다.
처음엔 소송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반신반의하지만
군중집회 같은 이상한 재판에 불려 간다.
나중에 알아보니 재판정의 판사가 보던 책은 법전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사건들이 이어져 혼란스럽고 답답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궁금하다.
아니, 왜 그렇지?
꿈 이야기인가?
착각, 아니면 정신이상 이야기?
그런데 주위 사람들도 그가 소송 중이란 걸 알고,
친척은 변호사까지 소개한다.
상식을 벗어나는 이야기로
읽기 어려운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는 글 솜씨가 대단하다.
지지부진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에 짓눌려 K의 삶이 점점 엉망이 된다.
책의 뒷부분으로 접어들며 우리네 인생살이가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인 죄인 상태인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인이 재판일정에 쫓기듯 일상에서 무언가에 계속 쫓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지난날의 잘못된 선택들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은
죄명도 모르고, 고소인도 모르며, 언제 재판에 불려 가고
어떤 죄로 심리를 받을지 두려워하는 K와 같은 불안과 두려움을 준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판결문과 같다.
더 이상 내 위험에 대해 말하지 말아요.
위험이란 겁낼 때만 두려운 법이거든요.
- K가 법원 정리의 아내와 나눈 대화 중
어떤 때는 소송 중이란 사실을 부정해보기도 하고
재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몸부림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랴.
모든 인생이 죽음으로 끝나니,
결국 인생이란 사형으로 지고 마는 소송 아닌가.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사람이 얽매여 있는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법이니까요.
-법원에 소속된 신부님이 들려준 문지기와 시골 남자에 대한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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