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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헤로도토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 그는 역사가인가, 이야기꾼인가?미지의 땅에 대한 경이로움과 흥미진진한 동서 문명의 첫 대결을 기록하다! 헤로도토스의『역사』. 기원전 5세기에 집필된 인류 최초의 역사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원전 그대로 번역한 책. 특히 이 책은, 4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그리스 라틴 문학을 연구해 온 천병희 교수의 노력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 의 〈역사〉가 지닌 본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구성하였다. 헤로도토스는 인간의 관습과 과거 역사에 지칠 줄 모르는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실증적 학문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그리스인이었다. 그는 페르시아 전쟁 속에서 아테네의 지역적 애국정신, 그리고 방대한 제국 페르시아 속에서의 단일 지휘 체계 등을 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유를 향한 그리스의 투쟁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보고 이를 제시하게 이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사를 다루면서도 결코 전쟁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헤로도토스의 원래 관심사였던 페르시아 전쟁을 다루기 전에 그 이전 근동(近東) 역사를 요약해가는 것도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다양한 일화들과 전체 사건의 큰 흐름을 조화롭게 짜가는 헤로도토스만의 방식에서 그의 매력과 타고난 재능을 볼 수 있다. [양장본] ▶ CP 추천 | 이런 점이 좋습니다! 헤로도토스 이전에 역사적 성격의 작품을 쓴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디다. 하지만 헤로도토스 이전의 호메로스 시절, 역사는 사실뿐 아니라 신화와 전설들이 혼재되어 있었고 산문이 아니라 서사시와 같은 운문 형태였다. 때문에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더욱 크다. 더구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역사가로 본 역사는 더욱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
헤로도토스
출판
출판일
2022.03.10

각 장의 이름이 시와 노래의 여신 이름으로 되어 있으며 모두 9장, 898쪽의 본문과 85쪽에 달하는 참고문헌, 도량형 환산표, 찾아보기, 지도까지 갖춘 전형적인 벽돌형 책으로 도전감을 불러일으킨다.

 

헬라스와 비헬라스인 즉, 그리스인과 그리스인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싸우게 된 배경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장사하러 온 페니키아인이 이오 공주를 납치하자, 에우로페 공주를 납치해 보복한데 이어 추가로 메데이아 공주를 납치하자 뒤에 알렉산드로스가 헬라스에서 헬레네를 납치하고 이어서 헬라스에서 군대를 동원해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를 그리스신화의 암송아지로 변하게 되는 이오 이야기와 연관시켰다. 신화란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각색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공주 납치에 대한 이야기도 자의 반 타의 반이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긴긴 역사 동안 이어진 끝없는 전쟁의 발단이 남녀 간의 애정문제였다는 걸 생각하면 일상의 작은 일들도 얼마든지 크게 비화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겠다.

 

뤼디아 왕 크로이소스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아내의 미모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한 칸다올레스에 의해 22대 505년 동안 이어지던 헤라클레스 자손의 왕권이 경호원이던 귀게스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교만과 자랑하고 싶은 것은 통제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가 보다. 참자.

 

스스로의 행복에 취해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크로이소스에게 솔론은 ‘70년을 살아도 똑같은 날이 없는 인생에서 인간이란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 (...) 누군가 그를 죽기 전에는 그를 행복하다고 부르지 말고, 운이 좋았다고 하소서. (...) 자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무엇인가 부족하기 마련 (...) 무슨 일이든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대답했다. 좋았던 운이 한순간에 끝나고 역경이 시작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되기에 참 지혜롭고 공감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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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로스가 낙타를 크로이소스의 기병대와 맞서게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는데, 무엇보다도 말은 낙타를 무서워하여 낙타를 보거나 낙타 냄새를 맡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p.74) 예나 지금이나 전쟁의 승패는 무기체계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애매모호한 신탁에 대한 오해로 벌어지는 비극이 펼쳐졌다. 인간은 결국 운명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앞날을 미리 알려고 애써 노력할 필요 없이 주어진 날들을 성실하게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으로 생각된다.

 

방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함락되는 난공불락의 도시들. 사르데이스도, 바뷜론도 그렇다.

‘인간사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아 같은 사람들이 늘 행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크로이소스

 

아이귑토스 이야기에는 주변 지역의 기후, 지형, 풍습, 축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검은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와 사람의 말을 해 신전을 세웠다’는 전설에 대한 해석이 놀랍다. 피부가 검은 아이큅토스 여사제를 납치해 왔는데 처음엔 말이 서로 다르니까 여사제의 말이 비둘기 소리처럼 들렸고, 여사제들이 여러 해 살며 차차 자기네 말을 익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그들이 이야기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 신전을 세운 것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란 것이다. 신화를 단순하게 꾸며낸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에 바탕을 두고 후세에 각색되어 전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참 지혜롭다. 신화와 전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리뷔에인 다음으로 가장 건강한 민족인 아이큅토스인들은 만병이 섭취하는 음식에서 비롯된다고 믿어 구토와 관장을 하기 때문이라 스스로 알고 있었는데, 헤로도토스는 계절변화가 심하지 않은 지역 기후 때문이라 생각(204) 했다고 한다.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합당해 보인다.

 

‘기하학’의 그리스어 geometria는 ‘땅을 측량하는 기술'이란 뜻이라 한다.

평민 출신으로 왕이 된 아마시스에게 그의 전력을 아는 사람들이 경의를 잘 표하지 않자, 무력으로 강요하지 않고 발을 씻는 황금대야를 녹여 신상을 만든 다음 사람들이 신상에게 정성을 다해 경의를 표하자 원래는 발 씻고 오물 버리는 그릇이었다고 알려주며 자신의 처지도 같다고 하여 설득에 성공했다고 한다. 미개하였을 것이라 생각되는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이 문명화되었다고 자찬하는 현대인들보다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마시스는  활을 늘 당긴 상태로 두면 안 되는 것처럼 인간도 늘 진지하기만 하고 하찮은 일로 긴장을 풀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미치거나 멍청해진다며 아침부터 시장이 붐빌 때(오전 정도?)까지는 열심히 업무를 하고 그 이후로는 술을 마시고 빈둥거리며 놀았다.(262) 편집적인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아이큅토스인은 불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다가 배불리 먹으면 먹힌 것과 함께 죽고 마는 살아있는 동물로 여겼다. 참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280)

 

아이티오피아 왕은 페르시아 왕 캄뷔세스가 보낸 황금 팔찌와 목걸이 하는 법을 설명 듣고 족쇄라고 생각하여 자기 나라에는 더 튼튼한 족쇄가 있다고 하였다. 실제 그 나라에서는 청동을 귀하게 여기고 죄수들이 황금으로 만든 족쇄를 찼다(283)는데 황금이 그렇게 흔했을까? 족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물건을 갖기 위해, 혹은 스스로 족쇄를 차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들여 노력할 필요는 없겠다. 

 

모든 민족은 자신들의 관습을 가장 훌륭하다고 믿는다.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그런 것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294) 미개한 풍습이라고 함부로 무시하고 우습게 생각해서 행동한다면 큰 화를 당할 수 있겠다.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독재자의 두 가지 악덕: 지나친 부와 권력에 따른 교만과 인간의 타고난 본성 시기심. 거짓을 꾸며 왕이 된 마고스 형제를 몰아내고 민회에 의한 민중정치를 제안하며 오타네스가 한 말. 함께 거사를 한 사람들의 설득에 실패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2천 년도 더 전에 민주정치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스키타이족 주인들이 창과 활을 들고 공격해 올 때는 대등하게 싸워 물리치던 노예들이 무기대신 그들의 신분을 떠올리게 만드는 채찍을 든 주인들을 보고는 싸우는 것도 잊고 도망갔다고 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것의 실증이다.(366)

 

트라우소이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친척들이 모여 앉아 비통해했다. 아이가 인간으로 자라며 온갖 고통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생각한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이 죽으면 이제 고통에서 해방되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며 희희낙락 떠들며 묻어주었다고 한다.(470) 그들의 삶이 참 팍팍하고 힘들었던 모양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한 단면인 것이 분명하다.

 

스파르테 왕이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신하들의 강요에 못 이겨 새로 왕비를 맞아 아들을 얻었다. 그런데 그 뒤 처음 왕비도 아들을 낳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정실 왕자지만 장남이 아니라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게 된 도리에우스는 약간 정신이상이기도 한 이복형의 지배를 받기 싫어 이곳저곳으로 원정을 떠났다가 죽음. 그 뒤 이복 형도 오래 통치하지 못하고 딸만 남기고 죽었다니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왕위를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라고.(492) 왕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극이다. 도리에우스 왕자의 경우에도 기다릴 줄 모른 게 화근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개척하고 서두른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두 이야기 모두 얄팍하게 계산하여 경거망동하지 말고 인내하며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델포이의 신탁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에도 퓌티아를 매수하여 원하는 말(7개월 만에 태어난 데마라토스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아리스톤의 아들이 아니라는 거짓말)로 거짓 신탁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신의 존재와 통치를 부정한다. 매수한 자야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자신이 왕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그랬겠지만, 돈에 매수된 퓌티아는 신녀이면서도 신의 존재나 신탁의 신성함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를 이용한 장사꾼에 속지 말아야 한다.

훗날 퓌티아를 매수하여 거짓 신탁을 말하게 했던 사람이 정신이상이 되어 비정상적으로 죽었는데, 이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신의 벌이라는 부족이 있는 반면 단순히 포도주를 희석하지 않고 마시는 나쁜 습관 때문이라는 부족도 있었다. 무엇이 정답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

 

신탁과 꿈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그 시대에도 알타비노스는 낮에 골똘하게 생각한 것이 꿈에 나올 뿐이라 생각했다니 시대와 관습을 뛰어넘는 사람이 어느 시대나 있구나.

 

사람의 마음은 귀 안에 살고 있소. 사람이 좋은 말을 들으면 몸이 기쁨으로 가득 차지만, 나쁜 말을 들으면 노여움으로 부풀어 오르오. -크세르크세스(페르시아 왕)

 

행복감에 젖었다가 100년 이상 살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눈물을 흘리는 왕에게 아르타바노스가 한 말. ‘짧은 인생이지만 저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 중에 더 오래 사느니 차라리 죽었으면 싶은 생각이 한 번이 아니라 가끔씩 들지 않을 만큼 행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사옵니다. … 죽음이 인간에게는 괴로운 인생으로부터의 가장 바람직한 도피처가 되는 것이옵니다. 인간은 성공에 물리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땅을 얻게 될수록 땅을 얻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럴수록 기아에 시달릴 위험이 더 커진다. -아르타바노스

 

압도적인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치고 페르시아 왕이 사용하던 식사와 스파르테의 식사를 비교하여 차리게 한 뒤 이렇게 부유한 식사를 하는 자들이 우리의 빈약한 식사를 빼앗으려 왔다고 기막혀 한 스파르테 장군 파우사니아스의 말을 통해 또 한 번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을 본다. 

 

명분에 의한 전쟁은 바르고 정당하게 처신하여 피할 수 있겠지만, 강한 나라의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에 의한 전쟁은 피할 방법이 없다. 동맹도, 의리도 눈앞의 공포와 이기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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