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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출판사 | 2014 | 고재운 옮김)』 독서 리뷰

책 표지(부분)

 

1. 도시의 피로를 시골이 대신할 수 있을까?

도시의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 우리는 종종 ‘시골로 가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그 달콤한 환상에 단호히 선을 긋습니다.
이 책은 ‘시골 예찬서’가 아니라, 시골로 향하는 마음의 방향을 묻는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도시의 피로를 이유로 시골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시골로 거처를 옮겨 지치고 지친 심신을 충분히 쉬게 하고픈 마음은 압니다만, 그런 피로야 반년쯤 쉬면 바로 사라집니다.” (p.48)

그는 지친 순간에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시골행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반년의 쉼 뒤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이미 도시의 기회는 멀어져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진짜 피로는 공간이 아니라 ‘내면의 방향 상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2. “시골의 정”은 낭만이 아닌 생존의 지혜

 시골의 ‘정’과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에게 작가는 또 한 번 경고합니다.
그가 본 시골의 인간관계는 따뜻하지만 동시에 냉철한 생존의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시골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결속력은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필연적인 지혜였습니다.” (p.118)

마치 꿈에 부푼 사람이 처할 현실을 찬물처럼 식혀놓는 것 같습니다.
시골의 관계망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산물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서로 돕지만, 그 결속은 때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전반생을 통해 프라이버시의 경계선을 함부로 넘지 않는 억제된 교류 쪽이 인간적이라는 해답을 내렸습니다.” (p.117)

도시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시골의 밀착된 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공동체 속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3. 자연에서 무얼 배워야 하나?

도시의 사람들은 흔히 시골을 ‘자연의 품’으로 이상화합니다.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는 자연을 결코 낭만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자연을 “무서운 스승”이라 부릅니다.

“자연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p.145)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엄격함은, 시골 생활의 본질이 ‘자기 절제’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은 인간의 나약함을 가차 없이 드러냅니다.
비가 오면 일하지 못하고, 가뭄이 오면 아무리 애써도 수확이 없습니다.
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단련하고, 욕심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작가는 야생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몸에 나쁜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야생동물은 곧 죽음을 통해 사라질 운명에 있습니다.” (p.145)

이 글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무절제한 소비, 불안한 경쟁심, 과도한 욕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운명에 놓인다는 뜻 같습니다.

4. 단순한 식사 속에 담긴 ‘삶의 절제’

책의 후반부에서 마루야마 겐지는 식습관을 언급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활조언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철학이 보입니다.

“운동보다도 올바른 식사 습관… 내용과 양… 배가 좀 덜 부르게.” (p.164)

그는 이 짧은 문장을 통해 ‘조금 부족하게 사는 삶의 미학’을 말합니다.
도시의 풍요 속에서 우리는 항상 ‘더 많이’를 원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덜 갖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배가 약간 덜 부를 때 멈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기 절제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식사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욕망을 끝까지 채우지 않고 여백을 남길 때, 비로소 삶이 숨을 쉬게 된다는 것 같습니다.

5. 진짜 자유는 장소가 아니라 태도에서 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책의 초반부에 나옵니다.

“새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생애에 걸쳐 추구하고 전력할 일이나 취미가 없다면 지금껏 헛되고 무의미하게 살아왔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p.23)

이 구절은 도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던지는 냉정한 물음 같습니다.
자유는 단순히 구속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무엇에 몰두할 수 있는 힘입니다.
만약 시골에 가서 해야 할 일, 평생 전력할 무언가가 없다면
그 자유는 오히려 불안이 된다고 합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말합니다.
시골로 간다고 삶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다스리는 방식이 달라져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6.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가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은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의 대립을 넘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생활 철학서’ 같습니다.
작가는 시골을 낭만화하지도, 도시를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시골이든 도시든 결국 삶의 본질은 같습니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조금 덜 채우며, 타인과의 거리를 지키는 법.
그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서든 자기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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