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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세계적인 작가인 밀란 쿤데라의 작품으로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네 남녀의 사랑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사소한 우연이든 의미심장한 우연이든, 우리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답을 찾고자 했다.  자신을 운명이라고 믿는 여자를 부담스러워하며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토마시, 그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9.12.24

 

“가장 무거운 짐은 가장 진정한 삶의 완성일 수 있다.”

 

존재란 무엇인가: 영원한 회귀와 삶의 무게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의미와 무게를 철학적으로 파고들며,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작품은 ‘영원한 회귀’라는 개념을 배경에 깔고,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한 번뿐이라는 건, 곧 아무런 무게도 지니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17쪽)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한 번뿐인 삶'에 무의식적으로 무게를 부여해 왔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삶의 무게는 오히려 환상일 수 있다.
 

토마시와 테레자, 사랑이라는 은유

소설의 주인공 토마시와 테레자의 관계는 철저히 존재론적인 탐색으로 이어졌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는 말처럼, 은유는 사랑의 씨앗이며, 사랑은 무수한 우연의 집합 속에서 피어난다.

“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 개의 우연이 필요했다.” (64쪽)

사랑이란 결국 필연이 아니라, 기묘한 우연들의 나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 애쓰는 ‘커피잔 점쟁이’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존재의 가벼움과 무게를 넘나드는 인간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무게와 가벼움을 지니고 있다.
토마시는 외과의사에서 유리창 닦이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존재의 달콤한 가벼움”을 만끽한다.
반대로, 테레자는 사랑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동정심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57쪽)

동정심은 타인을 위한 고통이기에, 나 자신을 위한 고통보다 더 무겁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짊어지는 삶의 ‘짐’은 때론 타인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개 카레닌과 슬픔의 의미

작품 후반, 테레자와 토마시가 함께 키운 개 카레닌의 죽음은 소설의 감정적 절정을 이룬다.
그들의 슬픔은 역설적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들이 행복한 것은 슬픔을 무릅써서가 아니라 슬픔 덕분이었다.” (475쪽)

이 문장은 인간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으로 보인다.
기쁨은 반드시 즐거움에서 오지 않는다.
때로는 진실된 슬픔이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철학적 질문과 문학의 역할

이 소설은 단지 사랑의 형태나 인간관계의 밀도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삶의 의미, 선택의 가치, 역사와 개인 사이의 간극까지 짚어낸다.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356쪽)

작가는 자아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에 문학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결국 소설은 ‘내가 되지 못한 나’를 탐험하는 방식이며, 독자는 그 속에서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나’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무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읽는 내내 존재의 무게에 대해 질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사랑, 그 안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주는 아름다운 계시일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지만 아름다운 가벼움.
존재와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더 좋겠다 생각된다.
 

책 표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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