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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 어린 새벽빛이 가늘게 풀잎 끝에 내려앉은 풍경.
이른 아침, 아직 세상이 완전히 눈을 뜨지 못한 순간,
나는 수레국화 사이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른다.
바람은 말없이 지나가고,
풀잎은 고개를 숙이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문다.

수레국화는 유난히 이른 시간에 더 푸르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의 그 희미한 빛 속에서,
보랏빛과 푸른빛 사이를 오가는 꽃잎은
마치 말 없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속삭이는 듯한 그 색, 그 모양.

그림을 그리며 나는 자꾸만 숨을 죽인다.
작은 꽃 한 송이조차 허투루 담고 싶지 않아서,
그 주변의 풀 한 포기, 배경의 어두운 숲,
그리고 멀리서 부드럽게 내려오는 햇살의 선들까지
내 마음속에서 먼저 느끼고, 천천히 옮긴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언제나 조금은 멍해진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보다,
그리는 동안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더 또렷이 남는다.
나는 이 조용한 숲가에 있었다.
흙내음이 가득한 공기 속에서,
가늘게 흔들리는 수레국화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정적인 순간들을 점점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바쁘게 흐르고,
하루는 늘 해야 할 일로 가득 차고,
작은 꽃 한 송이를 바라볼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니까.

하지만 이 그림 속 풍경은 말한다.
“조용히 있어도 괜찮아.”
“서두르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 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그림은 말을 하지 않지만,
내가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펜슬 끝에 머물러 오래도록 이야기처럼 남는다.

수레국화는 들꽃이지만,
그 소박함 속에 단단한 생명력이 있다.
어디에 있어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꽃.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고,
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그 모습이
왠지 나에게 필요한 다짐 같았다.

이 그림을 그리며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말보다는 색으로,
행동보다는 감정으로 남는 것들.
그리고 그 감정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 속 수레국화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이 고요한 숲의 한 장면이
누군가에게도 쉼이 되기를 바란다.
바쁜 세상 속에서도,
가끔은 이렇게 잠시 멈춰 서서
작은 꽃 하나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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