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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함덕 해변은 같은 바람을 맞이하면서도 매 순간 다르게 숨 쉰다.

오늘의 바다와 어제의 바다는 같지만, 결코 같지 않다.

함덕 해변의 모습을 3개의 버전으로 그려보았다.

마치 세 개의 그림이 각기 다른 감성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함덕 해변은 그날의 하늘과 바람, 그리고 마음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첫 번째 그림은 바람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을 표현해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검은 화산석이 대비를 이루며, 청록빛 바다가 한없이 맑게 빛난다.

마치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살짝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듯한 느낌이다.

바다는 잔잔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요동친다.

바람이 억새를 휘감으며 지나가는 모습은 제주가 간직한 자연의 거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두 번째 그림은 더 따뜻하다.

색채는 부드럽고, 빛은 해변을 감싸 안고 있다.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모래 언덕과 반짝이는 바다는 여유롭고 평온하다.

점묘법을 연상시키는 화사한 색감은 마치 여름날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이곳에서의 바람은 따뜻하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햇살이 내려앉은 바닷물은 한층 더 반짝이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맨발로 걸어도 기분이 좋을 듯하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지만, 동시에 생동하는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세 번째 그림에 이르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색감이 차분하고, 하늘이 흐리다.

금빛을 띠던 모래사장은 살짝 톤다운되어 한층 차가운 무드를 풍긴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바다는 더욱 고요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이 그림 속 함덕은 들숨과 날숨이 차분히 이어지는 순간 같다.

어쩌면 비가 내린 후의 조용한 해변일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깊이 들이마시면 바닷바람에 실린 흙내음과 풀 향기가 함께 섞여 퍼질 것만 같다.

 

같은 장소, 그러나 전혀 다른 인상. 색과 빛의 변화 속에서 함덕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그것이야말로 바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고요함과 역동성이 공존하고, 햇살과 안개가 부드럽게 춤추는 곳.

변함없는 파도 소리 속에서도 변하는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제주 함덕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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