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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끈적였던
여름 끝자락
산책길에 만난 능소화를 그렸습니다.
동물의 뼈대처럼 힘 있게 뻗고 
관절처럼 꺾어진 가지에
화려하게 매달린 귤색 꽃

활짝 피었다 질 때는
동백처럼
통으로 된 꽃잎이
꽃받침만 남기고
송이째 툭 떨어지는데
꽃받침에 매달려 썩어가는 꽃은
무슨 사연을 가졌을까요
피어나는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 사이에서
인생의 생로병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능소화(凌霄花)
멋스런 이름이긴 하지만 
의미가 쉽게 연상되지 않습니다.

‘(능)릉’ 에는 
얼음, 업신여기다, 침범하다, 건너다
무릅쓰다, 포악하다, 임박하다, 압도하다 등
참 많은 뜻이 담겨 있었고
‘소’는 
하늘을 뜻했습니다

길게 덩굴로 뻗어가는 습성에
침범하고 건너간다는 이름이 붙었나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쳐가는 녹음 사이에서 
한여름 폭염을 비웃는 것처럼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모습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해석이 더 와닿고
꽃을 보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비웃듯 떨치고 일어나자는 설명이 멋스럽습니다

사람 간에 귀천이 나뉘던 옛날에는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던 꽃이라니
꽃 한 포기 마음대로 못 심었다는 게 어이없지만
그만큼 소중하게 여겼구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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