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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독서] 축소되는 세계, 앨런 말라흐

 
축소되는 세계
▣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 전 세계 각국의 축소 현황을 담은 리얼한 현장 보고서 이 책은 도시 계획 전문가로 30년간 인구 감소 상황에서 주택 공급과 경제 개발, 도시 재활성화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저자가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축소 현황과 함께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가 지속될 때 2050년의 세계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축소 세계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국은 인구가 감소함에도 〈15-30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2050년에도 경제적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유럽,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과 경제적 쇠퇴 등의 문제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점점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생겨나는 승자와 패자 간 격차 등도 함께 살펴본다. 한마디로 인구 감소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고 말한다.
저자
앨런 말라흐
출판
사이
출판일
2024.01.20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폭발이 문제였다. 
누구에게도 인구가 줄어 문제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전쟁이 발생하거나 전염병이 도는 것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하여 인구가 조절되지 않도록 미리 한 자녀만 낳거나 심지어 두 집 건너 한 자녀만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는 인구가 너무 줄어 문제란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을도, 국가도 소멸되고 말 거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미래학자들의 이야기를 믿을 가치가 있을까.
  
인구감소로 마을이 소멸될 수 있다는 걸 잘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까. 
‘텔 tel’이라는 중동의 흙더미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텔은 전쟁, 전염병, 물부족, 기근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흙이 덮여 만들어진 흙무더기인데 수천 개가 발견된다고 한다. 
도시는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 피부에 닿게 느껴진다. 

20세기 초에 미국의 도시들에서 쇠퇴 징후가 포착되었고, 1980년대에는 이미 서유럽 전역의 도시에서 인구감소가 만연해 독일학자가 처음 <축소도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니, 인구감소나 도시 쇠퇴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고 현재 진행 중인 일인가 보다.

도시 인구가 감소되는 원인은 단순히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인구집단에서 사망하는 사람보다 출생하는 사람이 적은데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를 떠나는 사람보다 유입되는 사람이 적어도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도시가 매력을 잃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 인구 감소의 변곡점을 2070년으로 예측하고, 인구감소를 피하기 위한 각 나라의 출산 장려책을 소개했는데 싱가포르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국가의 밤’ 정책이 참 우스꽝스럽다.
인구폭발을 염려하던 시절 강압적인 한 자녀 출산 정책보다 도시화 수준이 합계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는 출산율 감소로 고민하는 각국 정부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인구감소의 영향으로 제일 먼저 빈집 문제를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주민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빈집 철거로 도시에 황무지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민의 80~90%가 아파트형 주택에 거주하는 동독 지역에서는 빈집이 늘어나자 남은 가구를 이웃 동으로 이주시키고 단지별로 철거하거나 아파트의 윗부분을 제거하고 2~3층짜리 주거지로 리모델링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1인 가구의 증가 같은 가구원 수 감소에 의해 주택수요가 일정기간 유지되는 것을 주택 수요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신규주택을 대량 공급하다가 일정 시간 후 급격하게 빈집이 늘어나게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투자 가치가 상승되고 완전고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주택이나 사무실, 공장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야 하는데, 인구 감소는 그 반대로 작용해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체제에서 재분배가 이뤄지는 것은 파이가 점점 커질 때나 가능한데 인구감소로 파이가 작아지는 상황에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겨 경제적, 공간적 불평등이 더욱 커지게 되고 역량이 부족한 도시나 국가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많은 부분을 기후 변화와 각 나라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사용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일정 범위 안에서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일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지구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발생하는 여러 문제도 각 국가별로 해결해야 하는데, 지리적 위치에 따라 국가별로 피해 정도도 다르겠지만 대처하는 역량이나 재원도 국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축소되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네트워크화되고 지역화된 경제를 이야기했다.
교육성과가 좋고 징계가 적은 소규모 학교, 노년과 유년이 함께 하는 혼합형 교육, 노년층에 대한 지원 인프라 구축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 참여 유도, 분산형 발전 시스템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높이고, 제조와 소매 판매를 함께하는 소규모 제조업체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지역에 근무하는 원격 근무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같은 아이디어를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축소되는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내 사회적 결속력 강화를 위해서는 쾌적하고 아름다우며 개방적인 공공영역을 제안하고 ‘파세지아타’라는 이탈리아의 산책문화를 소개했는데 우리나라의 각 도시에도 도입되면 좋겠다.

미국의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세계 여러 곳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성장이 멈추고 축소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다만, 정치인이나 도시 설계자에게 도움이 될 전문적인 내용이 많고, 일반인에게는 도시계획에 올바른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한 참고 자료 외에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없어 보여 책을 읽으며 무기력감이 느껴진다.

책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인구 감소와 성장이 멈추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전 세계적 추세이므로, 각 나라나 도시마다 네트워크화된 지역주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인구 감소지만 그것에서 비롯된 그 어떤 영향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변화로 인한 영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결과는 아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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