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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분야를 주도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한 대장정을 떠났다. 그리고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현대 사회의 비만율의 증가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정크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 공급 체계와 생활 방식의 변화가 비만율 증가를 만든 것처럼, 집중력 위기의 광범위한 증가도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과 같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인간의 주의력을 빼앗는 꼼수를 발견한 실리콘밸리의 반체제 인사, 강아지에게 ADHD를 진단한 수의사, 심각한 집중력 위기에 빠진 리우의 빈민가, 놀라운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집중력을 회복한 뉴질랜드의 한 회사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광범위한 집중력 위기에 수면의 부족, 독서의 붕괴, 테크 기업들의 주의력 조종과 약탈 등 12가지 원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저자
요한 하리
출판
어크로스
출판일
2023.04.28


표지 글씨 인쇄가 잘못된 줄 잘못 알았다. 
글자 획이 뭉개지고 작은 가루가 흩어져 묻은 것처럼 보인 것은 우리의 집중력이 그렇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디자인 같다.
ADHD를 가진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가 수시로 들려오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다루었다. ADHD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요즘,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모색한 좋은 시도다. 

앞부분에서는 현대 사회가 갖게 된 새로운 전자기기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 쪽에서 원인을 찾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인이 받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음식, 교육 환경까지 다양한 원인을 세계적인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찰하였다. 지은이의 주장은 노동문제나 여성의 권리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사람들이 집중력 훼손 시스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을 통해 집중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집중력 회복이 시급한 이유는 기후 위기와 같은 전지구적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인구집단의 노력으로만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하루 스크린타임은 평균 3시간 15분으로 휴대폰을 2,617회 만진다고 한다.
불확실한 정보를 확인하며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 뉴스 소비 방식에서 더 적은 시간을 사용하지만 더 심도 있고 엄선된 정보를 얻는 것(신문)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트위터를 분석하여 사람들이 한 주제에 머문 시간이 2013년 17.5시간에서 2016년 11.9시간으로 감소한 것을 알아내고, 새로운 주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속도가 지난 130년 동안 10년 단위로 점점 빨라지는 것을 구글북스를 활용한 연구를 인용하여 소개했다. 정보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개별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생각은 긴 사색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안 연구자는 트위터를 일주일에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줄이고, TV와 모든 소셜미디어를 중단하며,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하고 독서 시간을 늘렸다. 
속독을 연구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훈련에 의해 빨리 읽을 수 있고 읽은 내용을 기억할 수도 있지만 이해하는 양이 적어지고, 점점 아는 내용과 관련 있는 단순한 문장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기계의 성능을 말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인데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만 할 수 있는 인간에게 적용한 것은 잘못이다. 
휴렛팩커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전화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IQ검사를 했더니 대마초를 피웠을 때의 두 배에 해당하는 평균 10점이 떨어졌다. 멀티태스킹 하는 것은 환각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도 못하다.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아가며 시험을 보게 하면 성적이 20~30% 나쁘게 나오더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도 소개했다. 최고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험을 보며 멀티태스킹 하는 바보가 없는 걸 보면 다른 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 B.E. Skinner는 비둘기를 강화훈련시켜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간의 집중력도 살면서 경험한 강화훈련의 총합일 뿐이라고 했다.
반면, 칙센트미하이는 보상에 무관심한 예술가들을 통해 ‘몰입’이야말로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상태로 이끌며 그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 된다고 한다. 
미하이가 말한 가장 낮은 수준의 몰입 활동 중 하나인 화면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단일 목표를 선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 밀어붙이는 것을 통해 높은 수준의 몰입을 추구하자, ‘하트'와 ‘좋아요'로 강화훈련받는 비둘기가 되지 말고, 글쓰기나 독서 같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아야 한다.
 

국립수면재단에 의하면 지난 100년 동안 수면 시간이 20% 감소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눈을 뜨고 있어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뇌의 국소부위만 잠드는 ‘국소수면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잠이 부족할 때 성인은 졸지만 아이들은 행동과잉상태가 된다니 오해하기 쉽겠다. 
수면은 낮동안 뇌에 쌓인 찌꺼기를 청소(브레인 워싱)하는 적극적인 과정인데, 약물로 유도된 수면 상태에서는 이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잠자리에 들기 두 시간 전부터 밝은 빛을 보지 않아야 하고, 침실은 거의 추울 만큼 서늘하게 하여 심부체온을 낮춰야 한다.
 

칙센트미하이가 가장 흔하고 단순한 형태의 몰입이라고 한 독서 시간이 엄청나게 감소했다. 2017년 미국인의 평균 독서 시간은 하루 17분에 불과한 반면 휴대폰 사용 시간은 5.4시간이나 된다.
새로운 미디어는 다른 색의 렌즈가 달린 고글을 쓰는 것처럼 세상을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에 따르면 책에서 화면으로의 이동은 즐거운 침잠에서 슈퍼에서 뛰어다니며 급하게 필요한 물건만을 집어드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며, 결국 독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

 

딴생각을 하는 동안 읽은 내용이나 세상 일에 대해 이해하게 되며, 여러 가지 생각을 연결하여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거나 시간 여행을 하며 미래에 대비하게 된다. 딴생각은 다른 형태의 집중이다.

 

더 많은 사용자, 더 많은 사용 시간이 광고를 통한 수입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즉각적인 강화 요소'인  ‘하트'와 ‘좋아요' 같은 사용자의 행동을 끌어내는 기술을 사용해 사용자의 인생, 즉 시간을 빼앗을 수밖에 없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 방식이 문제다.
사용자의 메시지, 이메일, 검색어, 지도 이용 정보 등을 스캔하여 개인 프로필을 축적하고 개인별 모델을 만들어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다. 더 많은 자료 축적과 광고를 위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개발되어, 하루에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만 50분에 이른다. 그들의 관심은 우리의 일생(결국 시간)이 아니라 오직 스크린 타임 확보에만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에 더 반응하는 부정편향을 이용해 분노를 유발하고 그를 통해 더 많은 참여도를 얻기도 한다. 
현재 시스템이 사용하는 ‘하트'와 ‘좋아요'를 갈구하게 만들고, 화면의 잦은 전환, 학습을 통해 약점을 파악하여 제시하기, 분노하게 만들기, 각성상태로 만들기, 사회 전체의 집중력 파괴의 여섯 가지 방식을 소개했다. 결국 가짜 뉴스는 6배나 빠르게 전파된다니 무섭다. 
더 오래 영상을 보게 하려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떤 영상을 검색했건 계속 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영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 집중력과 판단력이 훼손된다는 기욤 샬로(유튜브 영상 추천 설계 관리 엔지니어)의 말과 거짓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력을 훼손해 선거 결과로 이어진 브라질의 사례가 특히 충격적이다.   
 

비만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을 변화시키는 조치를 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비만율이 낮아진 반면 미국과 영국처럼 개인이 자제력을 기르게 하는데 주력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비만율이 높다. 디지털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알람 설정 끄기나 방해금지 모드를 활용하는 것 같은 개인의 자제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납 페인트나 프레온 가스를 사용 중지시킨 것처럼 테크 기업의 수익구조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대신 구독체제를 도입하거나 공공이 소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적 또는 다른 원인의 스트레스나 수면장애가 휴대폰 사용보다 집중력을 더 떨어뜨린다. 핀란드에서는 2년간 월 6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통해 집중력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영국 노동자의 1일 실제 근무시간이 평균 3시간 미만이라는 기사를 보고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하여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근무시간 감소 등 일을 줄이면 집중력이 증가하는 사례를 통해 사회적 집중력 증가를 위해서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음식은 급격한 하강을 일으켜 집중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가공식품의 가공 과정에서 식품이 가진 영양소는 없어지고 뇌에 마약처럼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게 되어 집중력을 잃게 하며 ADHD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미국 동물원에 있는 동물의 절반이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고 있다. ‘주코시스'라 불리는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이상증세는 본성이 억압된 환경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ADHD는 유전에 기인한 생물학적 상태가 아니다. 스트레스, 영양부족, 오염물질 등 환경에 의한 영향이 크므로 각성제 처방으로 눈에 보이는 상태만 조절해서는 안된다. 환경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간섭 없이 친구들과 자유롭게 몰려다니며 놀 때 사회적 유대를 비롯한 평생 필요한 중요한 기술을 배운다. 대부분의 놀이 시간이 숙제와 전자기기 사용, 부모와의 쇼핑으로 대체된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배움을 돌려주기 위한 렛그로우(letgrow.org)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서드베리 밸리스쿨이나 베를린중앙복음학교 같은 진보적 대안교육의 예를 들었는데 많이 공감된다.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먼저, 삶은 복잡하다.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깊이 숙고할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야 하며, 속도 또한 늦춰야 한다. 둘째, 다른 걱정을 제쳐두고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한 문장 한 문장, 한쪽 한쪽을 따라가는 경험은 가치 있는 일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은 깊이 사고해 볼 만하다. 다른 이들에게도 우리처럼 복잡한 내면의 삶이 있다.(132)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물질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 “ - 데일 피넉(영국 영양전문가의 말) (311)

 

현재 우리는 녹초가 될 만큼 일해서 물건(대부분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을 살 수 있으면 번영을 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런던 대학의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우리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에 머물거나, 충분히 자거나, 꿈꾸거나,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번영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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