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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독서] 콜레라 시대의 사랑

 
콜레라 시대의 사랑 1(세계문학전집 97)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사랑의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와 역경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식민 시대에서 근대 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 페르미나 다사와 함께 있기 위해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사랑이 세월의 흐름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멜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또한 제목이 보여주는 사랑과 늙음과 질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자살이나 노화 공포증, 부정, 근대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도 탐구한다.
저자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4.02.05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첫 문장이다. 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거지? 궁금하다. 
재미있을 조짐이다. 

 

오랜 체스 친구가 죽으며 유서 같은 편지를 남겼는데 그 내용도 알려주지 않는다.

별것 아니오. 이건 그의 마지막 지시 사항이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늘었다.

"이 집에는 말하지 못하는 것은 들어올 수 없소."
(...) 성급하게 세워진 이런 원칙이 결국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리라고는 상상을 하지도 못했다.

물론 일상의 작은 일이 죽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알게 된다는 것이 늘 문제지만.  
어떻게 이렇게 사소한 원칙이 주인공을 죽음으로까지 이끌었을까.

아직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궁금증이 또 하나 늘었다. 

​새겨들을 문장이 보인다.

나이를 먹으며 잃어버린 것들은 그녀의 성품으로 보완되었고, 그녀의 근면성은 그런 것들을 메우고도 남았다.

나이 들수록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결혼의 대재앙을 피하는 것이 사소한 일상의 불행을 피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그들이 제때에 배웠더라면... 지혜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때 온다.

 

이어지는 비누 에피소드, 소변 에피소드는 유머 있고 재미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우르비노의 이야기가
달아난 앵무새를 잡다 죽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나더니
우르비노의 부인 다사의 또 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소녀는 눈을 들어 창밖으로 누가 지나가는지 쳐다보았다. 그 우연한 시선은 50 년이 지난 후에도 끝나지 않고 세상을 뒤흔든 사랑의 시작이었다.

큰 강물이 조그만 샘에서 시작되듯 인생살이의 큰일도 너무나 작고 사소한 일에서 때론 우연하게 시작되기도 한다. 순간순간이 무겁다. 그냥 눈을 들어 누가 지나가나 보았을 뿐인데...

그는 점차 그녀를 이상화시켰고 검증할 수 없는 미덕과 상상의 감정을 그녀에게 부여하곤 했다.

다사와 아리사의 사랑은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만나지도 서로를 파악해 보지도 못하며, 서로를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것으로 채워간다.

로렌소 다사는 딸의 사랑에 대해 그토록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자신의 역사를 그릇되게 반복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처남들이 친척들에게 가슴 아파하면서 불평했듯이 자기의 결혼을 반대했던 처남들에게 자신의 불행을 불평했다.

다사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도 친척들의 축복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반대 가운데 시작한 자신의 결혼 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만족스러운 조건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을까. 결혼에 관한 한 주위 사람보다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지 모른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은 그냥 축복해 줄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와는 달리 사랑의 감동이 아닌 환멸의 심연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런 망상을 키웠는지 모르겠다고 놀란 마음으로 자문했다.

노골적으로 둘을 떼어놓으려는 아버지와의 긴 여행. 힘들고 긴 여행 기간을 포함한 온갖 격렬한 방해에도 이어지던 페르미나 다사와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사랑은 편지로 결혼을 약속하는 데까지 이르지만, 그녀가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설레는 첫 만남에서 한 번의 눈길로 끝이 났다. 한 번의 눈길로 시작되었던 것처럼.

 

51년 9개월 4일 동안 플로렌티노 아리사 혼자 이어갈 사랑을 남겨 두고, 우르비노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단숨에 다사 아버지의 눈에 들 만큼 고귀한 집안의 자손으로 오랜 유학까지 마치고 귀국한 저명한 의사였다.

우르비노에게 그녀는 ‘아무런 감정적 동요 없는’  콜레라 의심 환자에 불과했다. 처음엔 그랬다.

곧 다사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만남을 갈구하게 된다

좋아요, 박사님. 우리 아버지와 얘기해 보세요.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와 우리비노의 노력에도 흔들리지 않던 다사의 마음은

사촌과 함께 우르비노를 마주쳤던 다음날 새벽, 사촌이 샤워하는 사이에 우리비노에게 단 한 문장이 적힌 편지를 쓰고 보냈다. 
사촌의 우르비노에 대한 칭찬에 자극받았을까.

아니면 ‘아직도 살아야 할 많은 나날들을 생각’한 합리적인 타협이었을까.

 

소문을 듣게 된 아리사의 방황과 타락이 이어지고,

우르비노와 다사의 화려한 결혼식.

16개월간의 유럽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녀의 말로 1권이 끝났다.

별것 없더라고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아는 전지적 관점을 가진 작가가 이야기 속 인물들의 작은 결정과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조금씩 귀띔해 주는 방식이 재미있다. 매끄러운 원인과 결과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우리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려는 호기심에 전개될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로 시작된 이야기가 ‘별것 없더라고요.’로 끝나는 것도 재미있다.

온갖 책임과 의무로 짓눌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별거 없으니 좀 가볍게 살아가라는 말로 들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주인공은 ‘어쩔 수 없었던’ 우르비노도, 아리사도 아닌 ‘별거 없다’는 그들의 연인 다사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2(세계문학전집 9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사랑의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와 역경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식민 시대에서 근대 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 페르미나 다사와 함께 있기 위해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사랑이 세월의 흐름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멜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또한 제목이 보여주는 사랑과 늙음과 질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자살이나 노화 공포증, 부정, 근대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도 탐구한다.
저자
가르시아 마르케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4.02.05
공적인 생활의 과제는 두려움을 지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부부 생활의 과제는 지겨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페르미나 다사가 결혼하고 깨달은 것이다. 신랄하다. 더 신랄한 깨달음이 이어졌다.

그녀는 남편의 신성한 하녀에 불과했다. … 페르미나 다사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은 바로 매일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이었다. 제시간에 내와야 할 뿐만 아니라 음식도 완벽해야 했고, 그에게 묻지 않고 그가 원하는 음식을 정확히 만들어 내야만 했다. 설사 그녀가 아무 소용도 없는 가정의 의식에 따라 남편에게 물어보는 경우에도, 그는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무거나."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식사 시간이 되면, 그는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가 원하던 바로 그 음식, 그것도 부족한 점이라곤 없는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한 번은 카밀레 차를 입에 되자마자 이건 창문 맛이 나는군.이라고 말하면서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하녀들도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창문을 마셔 본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을 이해를 하면서 그 차를 받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차는 정말로 창문 맛이 났던 것이다.

재미있지만 재미로 들을 수만은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남편들은 많이 반성해야겠다. 적어도 뭘 먹고 싶은지라도 말해야겠다. 여자들은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너무 간단한 적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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