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점선의 『10cm 예술2』 독서 리뷰
1. 예술은 삶을 기록하는 또 다른 언어일까?
김점선의 『10cm 예술 2』는 화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자신의 삶과 창작에 대해 풀어놓은 산문집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예술이 그녀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입니다.
“나는 요즘도 여행할 때는 꼭 종이와 연필을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싶은 그 무엇이 떠오르면 어디서든 종이에 연필로 기록한다.” (72쪽)
그림은 특별한 작품 활동이 아니라, 그녀의 일상을 증언하는 또 다른 언어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지금까지 예술을 특별한 사람만의 영역으로 보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림은 ‘창조’가 아니라 ‘삶의 기록’이자 ‘존재의 흔적’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2. 창작에는 왜 지루할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김점선은 예술가의 삶이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가로움과 지루함을 견디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생각하고 음미하고, 무엇보다 지루할 정도로 한가로워야 하는 창작생활.” (93쪽)
현대 사회는 늘 속도를 요구하고, 결과를 재촉합니다. 그러나 이 문장을 읽으며, 창작이란 결국 깊이 사유하는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허공을 바라보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순간조차 창작의 일부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3. 고통은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까?
저자는 한때 오십견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삶의 큰 시련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련은 또 다른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합니다.
“내게 부여된 고통에 감사한다. 그 고통을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으로 몰고 간 용기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103쪽)
컴퓨터를 통한 새로운 회화 방식, 즉 디지털 판화를 시도하면서 그녀의 예술 세계는 확장됩니다. 오른손을 대신해 왼손을 쓰고, 결국 양손을 모두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고통이 곧 창조의 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4. 식물은 왜 그녀에게 삶의 스승이 되었을까?
김점선은 식물의 생태를 동경하며 삶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나는 식물이 살아가는 법을 좋아했다. … 주어지는 것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꿈조차 꾸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그때 내가 생각하는 식물의 생애였다.” (112쪽)
이 구절은 ‘욕망을 덜어내고 현재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바람을 맞고 햇볕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뿌리내리는 식물의 모습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줍니다.
5. 예술과 삶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점선은 예술을 단순히 ‘작품’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그림은 살아가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살면서 타락하고 과오를 저지르고 승리하고 인생에서 인생을 창조하고, 그 모든 일을, 그의 인생에서, 일으키는 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자연현상보다 더 아름답고 황홀한 것이다.” (181쪽)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은 단순히 예술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삶 자체가 예술이라는 고백입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지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그것이 곧 예술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6. 독자로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무엇인가?
『10cm 예술 2』를 읽고 가장 크게 다가온 메시지는,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힘, 식물처럼 현재에 뿌리내리는 자세, 그리고 한가로운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 이 모든 것이 김점선이 남긴 삶의 예술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예술은 화려한 무대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선택과 기록에 이미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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