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은 독일어다.
제텔(Zettel)은 메모나 카드를 뜻하고 카스텐(Kasten)은 카드를 정리하는 상자를 말한다고 한다. 직역하면 메모 상자가 되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제텔카스텐은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이 개발한 지식 관리 방법을 의미한다.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은 1968년부터 1993년까지 빌레펠트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약 90,000개의 노트로 구성된 노트 상자(Zettelkasten)를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58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책은 루만의 놀라운 생산력의 비결로 그가 사용한 방법에 주목한다.
루만이 제텔카스텐 방법에 대해 직접 썼던 논문을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하고,
저자가 책을 쓰거나 다른 연구에 적용한 방법을 들려주기도 한다.
책을 읽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 효과적인 메모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
“메모의 기술(사카토 켄지)”, “기록하는 리더가 돼라(공병호)”, “거인의 노트(김익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트법(히구치 다케오)” 등 메모법에 관한 책도 제법 여러 권 읽었다.
데이터베이스에도 관심이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 dBASE, Access 등을 거쳐 지금은 Blog나 네이버, 구글의 메모앱을 이용한다.
그런데 아직도 내게 알맞은 도구나 방법을 찾지 못했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은 기억의 연장이나 훗날의 쓸모를 위한 것인데
메모는 쌓여가지만 체계 없이 중구난방이 되기 일쑤고 정작 필요할 때는 어디에 둔 것인지 찾기 어렵다.
생산적인 메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최근 이 책을 발견했다.
제텔카스텐은,
노트에 기록하거나 폴더를 나누어 정리하는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단순하게 옮겨 적지 말고 자기의 말로 바꾸어 카드에 적는다.
카드에는 색인을 달아 다음에 찾을 수 있게 하고
카드 상자의 관련 있는 카드 뒤에 넣어 보관한다.
관련 있는 카드가 없으면 제일 뒤쪽에 보관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카드의 양이 충분하게 모이면 카드를 참고해 글로 써서 논문이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제를 정하고, 개요를 잡아 글을 작성하는 대부분의 방식을 하향식이라 한다면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상향식이다.
뭘 주제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관심 있는 메모를 모으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가 보이고 글 거리가 모아진다는 개념이 짜릿하다.
저자는 카드 노트의 장점으로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 때 멈추고, 다시 하고 싶을 때 시작할 수 있어
계속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도 자료는 축적되고 업무는 진척된다고 했다.
실제로 루만이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지은이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1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임시 노트, 문헌노트, 영구 노트로 카드를 분류하고
각각 작성하는 방법과 이유를 설명했다.
색인에는 메모에 언급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라거나, 현재 진행 중이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참고하여 선택하라는 식의 직접적인 제텔카스텐 방법에 대한 설명 외에
뇌는 어떤 과제를 완료하거나 글로 적어 둘 때까지 완료하지 못한 과제에 묶여 있게 된다는
자이가르닉 효과 등을 통해 메모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하고,
생산 과정의 부산물이 다른 과정의 자원이 되어 높은 효율과 경쟁력을 갖게 되는 페어분트 시스템을 예로 들며 메모 상자의 효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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