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하였을까 감탄하며 읽게 된다.
어렴풋하게 느끼기는 했었지만 콕 집어 말하기 어려웠던 평소의 생각을 함축적인 문장으로 시원하게 기술하였다.
그래서, 자꾸만 읽은 부분을 다시 읽으며 글을 음미하게 된다. 그렇다고 쉽게 암기되지도 않고 무엇을 읽었는지 비슷한 말로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작가의 어휘력과 뛰어난 문장력에 거듭 감탄하였다.
큰 글자로 된 페이지가 간간이 섞여 있고, 그림이나 사진으로 채워진 페이지도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글에서 언급하였거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그림이 친절하게도 흐름에 맞춰 실려있는데, 대부분 유명한 명화들이라 책 읽기를 멈추고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에 빠지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18세기 중엽 이후를 말한다고 한다.
이 시기는 이전 시기들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는데, 신앙심이 줄고 세속화되었으며 역사에 대한 인식도 순환에서 진보로 변화했고 그밖에 개인주의, 도시화, 세계 어느 장소나 26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빨라진 이동 속도 등을 조목조목 근거로 들었다.
시대의 변화가 일으킨 부정적인 면으로 실패에 대한 개인의 부담 증가와 그로 인한 신경쇠약, 시기심 증대, 외로움, 과거에 대한 향수 등을 제시하며 설명했는데 많이 공감된다.
‘매체’에 관한 장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선 신문의 등장과 신문 읽기(또는 다른 형태의 뉴스 소비)가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정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목재 펄프 사용으로 종이 값이 저렴해지고, 인쇄기의 발명, 문맹률 감소, 통신 시간 단축, 사진이 발명된 것 등이 종합적으로 기여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재난에 대한 호기심이 신문의 정보제공 기능을 낮추고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사건으로 지면이 도배되게 하여, 걱정스러운 정보의 범람과 그에 따른 감정 상실과 무기력까지 낳았다.
생각의 대량 생산으로 인한 박식한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차라리 실제 개인의 삶에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모르는 편이 낫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중에서 가장 덜 중요하고 덜 긴급한 것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된다. 금단현상을 극복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려면 무진 애를 써야겠지만.
‘민주주의’를 다룬 장에서는,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까지 공평하게 주어진 투표권으로 인한 선동정치의 폐해를 염려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인구의 증가로 그러한 폐해는 희석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다수의 견해는 정상적인 것, 소수의 의견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문제다. 남들의 생각에 쉽게 동조하게 되며, 유행에 휩쓸리기 쉽고, 차이를 싫어하며 낯선 생각을 짓밟게 되기 쉬운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주제에서 현대는 일과 가정생활이 충돌하는 최초이자 어쩌면 마지막인 유일한 시대일지 모른다는 통찰이 재미있다.
과거에 하인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는 로봇이 가정생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해서는 단순히 물리적인 고립이 외로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홀로라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도록 부추기는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신선하다. 활동적이고 활발한 생활을 장려하는 것을 줄이고, 과거에 고독이 외딴곳에 있는 수도원에서 고행하는 수도사의 경건한 삶을 떠오르게 한 것처럼 현대에도 실패와 괴짜다움이 아니라 깊이와 안목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될 때 외로움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중대한 실책이나 잘못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미숙하고 상처받은 존재이며, 대체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하며’ 살며, 주어진 자유를 최대한 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시끄러운 방에서 사람들과 수다 떨고 싶지 않은 마음, 혼자 간단히 식사하고픈 마음, 종이 한 장만 놓고 혼자 앉아 있고 싶은 마음,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은 광기의 징후가 아니라 복잡하고 보람 있는 내면을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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