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의 스위스 태생 여자 심리학자가 자신의 경험과 친구들과의 대화 그리고 연구한 것을 모아서 쓴 책이다.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라고 한다. 심리학자의 글이라서 그랬을까 용어나 기술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때문이거나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읽어왔던 노년의 삶을 다룬 책들과는 결이 많이 달라 흥미를 느끼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저자가 심리학자인 때문이겠지만 노년에 겪게 되는 마음의 변화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독자의 관점에 따라서는 자기 계발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65세에서 84세까지를 제3의 인생기로 분류하고 ‘젊은 노인'으로 살게 되는 이 나잇대를 ‘아주 좋은 나이'라고 불렀으며, 특히 70대는 인생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라고 했다. 아직 70대가 되지 않았거나 70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 용기를 주는 말이다.
흔들리는 바닥 위에 서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몸이 유연해야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잃고 큰 변화를 겪게 되는 노년기에 항상 새롭고 질이 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 적응하고 적절히 헤쳐나갈 수 있다. 언제나 변화에 대처할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는 믿음과 많은 문제들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차원에서 저절로 풀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느낌을 ‘지각된 감정'이라 표현한 것도 신선하다.
노년기에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많다.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가 어떤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부담 없이 오직 자신이 관심 있는 것만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에 휘둘리다 보니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조차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는 사춘기 때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라고 친절하게 조언한다.
나쁜 기억은 저절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기억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가꿔가야 한다는 것이나 인간의 품격은 일어난 일을 부정하기보다 자신이 부족하고 어두운 그림자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지적 등에서 저자의 심리 치료사적 면모가 드러난다,
‘나이 들수록 좋아지는 것들을 돌보라'는 세네카의 말을 인용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 분비된다는)옥시토신이 분비되었던 상황을 떠올리거나 긍정적인 유대감 및 사회적 만남의 경험을 떠올리기만 해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89세의 화가 Louise Bourgeois의 좌우명 ‘나는 창조한다, 파괴한다, 새롭게 창조한다'도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노년의 삶은 ‘해야 하는 일’이 없어지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새롭게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소유’에서 ‘존재’로의 변화로 이야기하며 목표를 추구하거나 성취를 좇는 일을 관두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 마음에 든다.
플라세보 placebo 효과(좋은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시보 nocebo 효과(해로운 기대)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이 들수록 통제하기보다 신뢰하고 흘러가도록 놓아두는 것이 지혜라는 말도 명심해야겠다.
나는 자연이 내 안에 남긴 흔적을 그린다. - Joan Mitchell(미국 화가)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익숙해져야 하고 , 그 상황에 대해 되도록 불평하지 말아야 하며, 그 상황에서 유익한 것은 모두 붙잡아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평온한 마음과 위안을 찾지 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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