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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영 못합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이 이어질 거라는 이번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수 없을 독서 체험을 제공하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네, 수영 못합니다》는 물이 무서운 남자의 생생한 수영 입문기이다. ‘수영 못하는 사람이 쓴 수영 독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해봐도 이치에 맞지 않기에 더 웃기고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복절도의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과 대사들이 이어지는데, 정작 본인은 한없이 진지한 것이 유머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물을 무서워하는 천성을 가진 데다, 어린 시절 강압적인 수영 체험의 트라우마로 성인이 되어서도 바다나 강을 보면 다리가 얼어붙는 남자 히데미네 씨는 수영을 배울 결심을 하고 수영교실에 등록한다. 전직 수영선수이자 인어처럼 아름답게 헤엄치는 가쓰라 코치는 자신만의 철학과 노하우로 수강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 하지만 히데미네 씨는 여전히 물이 무서울뿐더러, 수영코치가 하는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팔은 이렇게, 호흡은 저렇게, 발동작은 그렇게 하라지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따라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히데미네 씨는 어려서부터 수영을 잘해온 사람이 수영을 못하는 사람의 사고구조를 이해할 리 없다고 여기고, 혼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심지어 가쓰라 코치의 조언은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언제는 이렇게 하라더니 이제는 저렇게 하라는 식이다. 수영 왕초보 히데미네 씨에게는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여기에 함께 가쓰라 코치의 가르침을 받는 수강생 선배들의 훈수까지. 그런데 그 훈수에서 때로는 깊은 통찰을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수영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하는 거라는 가쓰라 코치의 조언을 따라서 무념무상이 되어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그래도 시키는 대로 계속하다 보면 문득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와 하나씩 수영의 이치를 터득해가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느라 수영을 멈추고 일어서는 통에 또 혼만 난다. 이 책은 그렇게 괴로워하고 투덜대면서 수영할 수 ‘있다’와 ‘없다’ 사이를 표류한 2년의 기록이 담겨 있다. 혼란에 이은 혼란, 좌절에 이은 좌절이 거듭되는, 어이없고 기막히며 배꼽 빠지게 웃긴 수영 입문기이자 결과적으로는 예찬기이다. 과연 우리의 히데미네 씨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될까? 그리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네, 수영 못합니다》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무조건 공감하며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고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보아도 수영 왕초보가 한없이 진지하게 고찰해 터득한 수영의 이론에 찬사를 보내게 될 이야기이다. 상황은 너무 웃긴데 홀로 진지하게 분투하는 히데미네 씨를 보면 저절로 그의 수영을 응원하게 되고, 다 읽고 날 즈음이면, 덩달아 수영을 배우고 싶은 욕망을 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글로 읽었는데도 수영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우스꽝스럽게 시작했지만, 결국엔 진지한 수영 독본이기도 한 것이다. 2022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히데미네 씨의 수영 입문기 《네, 수영 못합니다》를 통해 올여름 찰방거리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다카하시 히데미네
출판
폭스코너
출판일
2023.07.28

 

 

수영 못한다. 그러니 어쩌라는 거냐. 책 이름이 꽤 도발적이다.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라는 부제처럼 물이 두려워 수영을 못하는 나이 든 남자가 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자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물이 출렁출렁 흔들리는 모습이 안정감이 없어 보여 무섭고 물속에서 숨을 내쉬면 거품이 일면서 나는 부글거리는 소리도 싫다. 
수영 수업받는 것이 싫어 거짓말하는 것까지 배우게 되었다고 하니 꽤 심각하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과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것 둘 다 수영을 못한다고 말하는데서 생기는 오해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시치미 떼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기본이다"(136) 같은 제법 철학적인 이야기도 들려주고, 일본이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섬나라라고 일본 국민 모두가 수영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꽤 심각한 어조로 연구하여 들려준다. 사방이 바다인 만큼 바다에서 생업을 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수영을 통해서 생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므로 항해를 잘하는 사람 중에도 수영을 못하고 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변명처럼 들려주며 자기 위안을 삼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영강습을 받으면서도 지지부진한 자신의 수영실력을 메꾸기 위해 일본의 전통 수영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연구하고 강습하는 곳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내가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영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의 경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물의 분자구조에서 표면장력 이야기까지 이어지더니 마침내 , ’ 수영할 수 있는 사람'과 ‘수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하지 말고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과 ‘수영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꽤 늦은(?) 나이에 2년 동안이나 스포츠 클럽 수영강습을 받으며 그 과정을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수영 강습을 받게 된 ‘가쓰라' 코치는 수영선수였지만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가 이런저런 사연을 거쳐 수영 코지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코치들과 다른 철학을 갖고 교과서적인 방법이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수영을 가르친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책 제목들이 다 재미있다. <조상님은 어떤 분?>, <가짜 일본인 탐방기>, <취미가 뭐예요?> 등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을 가볍게 책으로 다작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수영을 배웠냐고? 
물론이다. 지은이가 감탄하던 ‘예쁜 수영'을 성공하고 독자들에게 이번 기회에 꼭 가까운 수영장에 나가보라는 권고로 책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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