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못한다. 그러니 어쩌라는 거냐. 책 이름이 꽤 도발적이다.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라는 부제처럼 물이 두려워 수영을 못하는 나이 든 남자가 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자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물이 출렁출렁 흔들리는 모습이 안정감이 없어 보여 무섭고 물속에서 숨을 내쉬면 거품이 일면서 나는 부글거리는 소리도 싫다.
수영 수업받는 것이 싫어 거짓말하는 것까지 배우게 되었다고 하니 꽤 심각하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과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것 둘 다 수영을 못한다고 말하는데서 생기는 오해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시치미 떼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기본이다"(136) 같은 제법 철학적인 이야기도 들려주고, 일본이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섬나라라고 일본 국민 모두가 수영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꽤 심각한 어조로 연구하여 들려준다. 사방이 바다인 만큼 바다에서 생업을 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수영을 통해서 생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나가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므로 항해를 잘하는 사람 중에도 수영을 못하고 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변명처럼 들려주며 자기 위안을 삼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영강습을 받으면서도 지지부진한 자신의 수영실력을 메꾸기 위해 일본의 전통 수영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연구하고 강습하는 곳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내가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영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의 경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물의 분자구조에서 표면장력 이야기까지 이어지더니 마침내 , ’ 수영할 수 있는 사람'과 ‘수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하지 말고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과 ‘수영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꽤 늦은(?) 나이에 2년 동안이나 스포츠 클럽 수영강습을 받으며 그 과정을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수영 강습을 받게 된 ‘가쓰라' 코치는 수영선수였지만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가 이런저런 사연을 거쳐 수영 코지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코치들과 다른 철학을 갖고 교과서적인 방법이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수영을 가르친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책 제목들이 다 재미있다. <조상님은 어떤 분?>, <가짜 일본인 탐방기>, <취미가 뭐예요?> 등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을 가볍게 책으로 다작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수영을 배웠냐고?
물론이다. 지은이가 감탄하던 ‘예쁜 수영'을 성공하고 독자들에게 이번 기회에 꼭 가까운 수영장에 나가보라는 권고로 책을 맺는다.
'Reviews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세뇌의 역사 (7) | 2024.10.08 |
---|---|
독서]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5) | 2024.09.29 |
책]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2) | 2024.06.12 |
책] 루소의 식물학 강의 (0) | 2024.04.17 |
독서]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0) | 2024.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