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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 루소의 식물학 강의

루소의 식물학 강의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소설가, 교육이론가로 익숙한 장 자크 루소에게 자그맣게 따라붙는 ‘식물 애호가’ 혹은 ‘식물 관찰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저서가 출간됐다. 『루소의 식물학 강의』 루소가 1771년 8월 22일부터 1773년 4월 11일 사이에 당시 가깝게 지내던 벗인 들레세르 부인에게 보낸 여덟 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막 식물에 관심 갖기 시작한 이들에게 눈높이 맞춰 식물의 역사를 비롯해 어느 부분을 어떻게 관찰하면 좋을지 차근히 설명하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그의 식물에 대한 순정과 진실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이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책에 적지 않은 분량으로 수록된 세밀화와 판화 일러스트는 루소의 편지와 어우러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높인다.
저자
장 자크 루소
출판
에디투스
출판일
2024.03.05

 
<에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등을 쓴 유명한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가 식물에 관한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식물의 색을 닮은 초록색 하드커버에 두께감이 있는 종이를 사용하여 첫인상이 고급지다. 
본문의 분량이 120쪽에 불과하고 한 페이지 전체를 사용한 일러스트가 많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처음엔 루소가 일러스트까지 그린 줄 알고 경탄했는데 일러스트는 카랭 되랭 프로게라는 사람이 그렸다.
 

 
책의 내용은 1971년 8월 22일부터 1973년 4월 11일까지 마들롱이라는 딸이 있는 마들렌 카트린 들레세르라는 부인에게 1달 이상의 간격으로 보낸 편지 여덟 통을 엮은 것이다.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딸을 가르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점점 부인을 위한 내용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백합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첫 번째 편지부터 차례로 십자화과, 콩과, 주둥이꽃, 산형화과, 복합화, 과실수의 형태적인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여덟 번째 편지에는 식물표본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림이나 사진 같은 시각자료 없이(나중에는 참고할 식물표본을 보내긴 했지만) 각 식물의 특징을 글로만 자세하게 설명하며 어쩔 수 없이 설명이 길어지자 중간중간에 너무 긴 설명으로 지루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이 재미있다. 

식물을 꽃과 열매를 보고 분류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꽃을 관찰할 때도 꽃잎 한 장 한 장을 떼어 구조를 살피고 꽃받침이나 꽃받기, 씨방 같은 구조를 눈여겨보고 수술과 암술의 크기나 모양 차이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이 지며 씨방 등에 일어나는 변화와 열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열매의 형태까지 관찰하다 보면 식물공부가 지루할 틈이 없겠다. 학교에서 과학 공부도 이렇게 실물의 변화를 관찰하며 할 수 있게 교과서가 구성된다면 좋겠다. 

식물학은 식물의 명칭과 특징을 지루하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알고 보는 법을 아는 것이라는 지적을 읽으며 거의 암기과목 처럼 되어 있는 생물 공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려하고 탐스러운 겉모습에 취해 감탄하며 바라보던 온갖 겹꽃들이 사실은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자손을 재생산하는 능력까지 희생한 것이라니 충격적이다. 

많은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지만 책의 제일 뒤쪽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따로 정리되어 있어 불편하다. 본문에 어우러져 있는 위치에 일러스트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본문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고 편리하겠다.
 

“사람들이 그토록 감탄하는 화단의 겹꽃들은 자연이 모든 생명체에게 부여한 자신의 동류를 재생산할 능력을 빼앗긴 괴물과도 같지요.”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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