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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보다 정원이 더 좋았던 제주 여미지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 안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은 예전부터 ‘유리 온실이 유명한 식물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내부가 메인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실제로 도착해 보니 거대한 돔 형태의 유리 온실이 먼저 눈에 띄었고, 그 자체로 건축미가 있는 공간이었죠.
하지만 막상 둘러보고 나니 제 마음을 뺏은 건 실내가 아니라 실외 정원이었습니다.

유리 온실 뒤로 짙은 비 구름

 

여미지라는 이름의 의미 & 식물원의 배경

‘여미지(如美地)’는 ‘이 땅이 아름답기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이 이름 때문에 인지 식물원 곳곳을 걸을 때마다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가 은근히 느껴졌어요. ‘예쁘게 꾸몄다’ 수준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빛나도록 길을 열어둔 느낌에 가깝달까.

1989년에 개원한 꽤 오래된 식물원이고, 오랫동안 중문 관광단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해 왔죠. 지금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정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변신 중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뒤로 화장실과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전망대에서 만난 무지개

 

실외 정원이 더 좋았던 이유

1. 광활한 시야와 바람의 방향까지 느껴지는 풍경

온실 안은 확실히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밀집된 느낌이 있어요.
반면 실외 정원은 길이 길고 탁 트여 있어서 제주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일본 정원 느낌의 공간이 나타나고, 조금 더 걸으면 프랑스식 정원처럼 대칭이 아름다운 구간이 나와요. 구조 자체가 의외로 큼직해서 산책하는 기분이 확 들어요.

은행나무 잎이 아직 초록이다
유럽풍 정원

 

2. 유럽풍 정원 · 한국 전통 정원이 하나로 연결된 구성

여미지 식물원 실외 정원은 테마를 딱딱 끊어 놓은 듯 보이지만, 걷다 보면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이질감이 적어요.
특히 한국 전통 정원 구역은 담백한 매력이 있는데, 소나무와 돌담이 제주 자연과 잘 어울려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구간이었습니다.

프랑스 정원
이태리 정원,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한국 정원의 연못과 정자
대문 안으로 한국 정원이 보인다

 

3. 잔잔한 연못 + 정자 + 산책길 = 쉬어가기 좋은 조합

실외 정원을 걸을수록 놀랐던 건 ‘앉아서 쉬기 좋은 자리’가 꽤 많다는 점이었어요.
연못가 벤치, 작은 정자, 나무 아래 그늘 같은 곳이 많아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도 편하게 쉬어 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도 잠깐 그늘에 앉아 정원 소리를 들으며 멍을 때렸습니다. 이 시간이 의외로 꽤 힐링이었어요.

징검다리가 정겹다
일본 정원의 연못과 구름 다리
연꽃이 피었다! 이 계절에...

 

유리 온실은 어땠냐면…

유리 온실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기온도 따뜻하고 식물 종류도 다양한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어요.
관람객이 많은 시간대라 그런지 통로가 좁게 느껴지고, 식물이 많다 보니 시선이 분산되기도 했고요.

특히 여미지 식물원에서 가장 유명한 열대관은 볼거리는 많은데, 사진보다 공간이 더 작아 체감이 달랐어요.
전체적으로 ‘잘 꾸며진 실내 식물원’ 느낌이라, 자연 속에 있다는 기분보다는 구경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외 정원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첫번째 정원 입구
빛을 받은 붉은 잎이 꽃 처럼 아름답다
빠질 수 없는 폭포
선인장 정원
열대 정원
레몬 나무
구아바 열매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가 보인다

 

여미지 식물원에서 꼭 걸어야 할 동선 추천

제가 다녀본 후 괜찮았던 동선은 이렇습니다.

  1. 입구 → 유리온실 빠르게 관람 (15~20분)
  2. 온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오른쪽 정원 산책로로 진입
  3. 일본정원 한국정원 → 이태리 정원 프랑스정원 순서로 산책
  4. 연못 근처 벤치에서 쉬기
  5. 끝으로 종합정원에서 탁 트인 잔디와 나무 풍경 감상

이 루트가 가장 자연스럽고 과하지 않은 동선이었어요.

 

여미지 식물원 방문 시 유의사항

  • 햇볕 강한 날에는 실외 정원이 꽤 뜨거울 수 있어요. 모자·물 필수
  • 유리 온실 내부는 습도가 높아 카메라 렌즈 습기가 쉽게 낄 수 있음
  • 정원 동선이 넓어서 전체 관람하려면 최소 1시간 반~2시간
  •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아도 드론 촬영 불가
  • 정원 관리 중 일부 구간은 임시 폐쇄될 수 있음

입구의 작은 연못과 정원

 

여미지 식물원, 이런 분께 추천

  • 실내보다 자연 속 산책을 좋아하는 분
  • 중문 근처에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
  • 아이와 함께 자연 체험을 하고 싶은 가족
  • 제주 바람, 제주 하늘, 제주 풍경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여행자

여미지 식물원은 처음엔 유리 온실이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막상 걸어보면 실외 정원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식물원이었습니다.

‘사람이 식물을 꾸며놓은 공간’과
‘식물이 사람의 길을 받아주는 공간’의 차이가 느껴졌달까요.

중문에서 여유 있는 여행 코스를 찾고 있다면,
한 번쯤 꼭 걸어볼 만한 정원이었습니다.

정원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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