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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입구
기당 미술관 전경

기당미술관, 서귀포의 예술적 숨결이 머무는 곳

제주 서귀포의 조용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유리 너머로 푸른 바다와 한라산 능선이 함께 보이는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기당미술관’이다.
이곳은 1987년 서귀포 출신의 사업가 고 기당 강구범 선생이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기증한 건물로, 그의 호(號)인 기당(耆堂)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다.
‘기당’은 늙은이의 집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품은 지혜의 공간이라는 의미로, 예술을 통해 삶의 깊이를 나누고자 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미술관은 서귀포시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고, 소박하지만 정갈한 건축미로 유명하다. 흰 벽과 푸른 하늘, 그리고 정원에 놓인 조각상들이 제주 특유의 자연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기증자 흉상

 

 기획전 ‘섬. 소리. 풍경 –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 풍경’

이번 방문의 이유는 바로 기당미술관의 기획전시 「섬. 소리. 풍경 –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 풍경」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섬’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소리의 풍경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화려한 색감보다는 잔잔하고 묵직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섬에 산다는 것’의 고독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해주는 전시였다.

기획 전시
'단정한 소멸, 위미리 귤밭'(부분), 이민혜
'사려니 숲'(부분), 탁동인
'장생의 숲'(부분), 탁동인
기획전시 공간

 

미술관 공간과 전시 동선의 매력

기당미술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시 동선이 매우 차분하고 여유롭게 구성되어 있다.
입구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바람의 소리, 높은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공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잠시 마당 벤치에 앉아보면, 멀리 서귀포 앞바다와 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풍경이야말로 기당미술관이 가진 가장 큰 예술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평일 오후였는데, 조용해서 작품 하나하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 옆에는 기당기념관이 함께 있어, 강구범 선생의 생애와 지역 문화에 대한 그의 헌신을 엿볼 수 있다.
예술뿐 아니라 서귀포 지역 문화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상설전시 중인 화가 변시지의 작품들
화가의 화실을 재구성해 전시한 공간
상설전시 중인 강용범(기증자의 친형)의 서예 작품

 

방문 팁 및 관람 정보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귀동 700-26
  •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은 5시 30분까지)
  • 휴관일: 매주 월요일, 명절
  • 입장료: 성인 1,000원 / 청소년 500원 (전시에 따라 변동 가능), 방문 당시는 무료였음. 
  • 주차: 미술관 앞 소형 주차장 이용 가능
  • 추천 시간대: 오후 3시 이후 – 햇살이 부드럽게 전시장 안으로 들어올 때, 작품의 질감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방문 시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라 통화나 큰 소리 대화는 자제하는 게 좋고, 플래시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 자연광을 활용하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나 역시 그날의 햇살 아래 작품이 만들어내는 빛의 결을 사진으로 담았다.

섬이 전해준 잔잔한 울림

‘섬. 소리. 풍경’ 전시는 단지 작품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섬이 가진 시간의 결을 듣는 경험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이 전시를 보고 나면 섬의 고요와 바람, 사람들의 삶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기당미술관은 그런 사색의 공간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오래 기억될 장소.
서귀포 여행 중 하루쯤 여유롭게 들러, 바다와 예술이 만나는 이 공간의 정취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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