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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분)

 

책이 머무는 공간에서 삶을 다시 생각하다

1. 서재는 단순한 책장이 아니다

'그저 작은 소용이 닿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김윤관 작가의 《아무튼, 서재》는 에세이로,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재가 가진 의미를 탐구했습니다. 흔히 서재라고 하면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서재를 훨씬 더 유연하게 바라봅니다. 서재에 반드시 책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텔레비전이나 음악처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 또한 서재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재가 배움의 공간인 동시에 즐거움과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규정짓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을 머무르게 하는 곳이라면 그것이 서재의 진정한 역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책장 속 나무 한 그루와 숲

작가는 호두나무 책장이 빼곡히 채워진 서재를 볼 때마다 나무 한 그루와 숲을 동시에 떠올린다고 고백합니다. 저 역시 이 비유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한 권의 책은 나무 한 그루처럼 단단히 서 있지만, 그것이 모이면 지식과 사유의 숲을 이루게 됩니다. 서재에 앉아 책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한 장식적 행위가 아니라, 그 숲 사이를 거니는 산책과도 같은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책장은 결국 삶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떤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서재를 꾸민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작업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3. 고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기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지점은 “책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라는 통찰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혁명 전 프랑스에서, 계몽주의 서적보다 연애소설이 훨씬 많이 읽혔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독서가 반드시 거창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책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에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어떤 책은 몇 년이 지나서야 의미가 다가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고 즐기느냐일 것입니다.

 

4. 독서는 커피처럼 즐기는 것

작가는 “커피 마시듯 재미있는 독서를 하라”라고 권합니다. 책 읽기가 의무가 되어버리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서재는 무거운 공간이 됩니다. 오히려 부담 없이, 취향대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야말로 독서의 진짜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고전 한 권쯤은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어려운 책들을 억지로 붙들곤 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서재는 나를 위한 쉼터이고, 책은 친구처럼 즐겁게 만나면 된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5. 책이 삶에 스며드는 방식

《아무튼, 서재》는 서재를 꾸미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책과 공간, 그리고 독서 습관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사색하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책장을 바라보며 삶을 돌아보고, 독서가 우리 일상에 미묘하게 스며드는 순간들을 따뜻하게 포착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로망을 현실로 끌어내려, 서재를 부담 없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가,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서재는 어떤 자리인가”를 되묻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6. 마무리 

책을 읽으며 저는 제 서재를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빽빽하게 꽂힌 책들 사이에서, 여전히 읽지 못한 책이 많지만 그것조차도 제 삶의 한 장면을 기록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서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려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서재》는 책과 삶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따뜻한 에세이였습니다. 독서와 서재, 책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가볍지만 진지하게 사색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서재는 ‘완벽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움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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