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7 (2024.12.24 개봉)
- 감독
- 우민호
- 출연
-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하얼빈"은 어떤 영화인가요?
202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한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와 일본 장교 모리의 대립을 통해 선과 악의 대비를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많은 관객이 개봉 당일 극장을 찾았으며, 기대감을 안고 예매한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극적인 전개나 상업적인 재미를 제공하기보다, 담담한 시선으로 역사적 사실을 풀어낸 작품입니다.
기대와 다른 영화적 접근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관람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호쾌한 액션이나 극적인 반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한 개인이 적국의 수장을 처단하는 역사적 사건' 자체가 이미 강한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지만, 영화는 이를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들처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주변 사료를 활용하여 맥락을 더하고, 애국심을 고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영화는 오히려 차분하고 사실적인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관을 나서며 기대했던 감정의 폭발보다는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강렬한 연출과 차가운 분위기
연출을 맡은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과 "내부자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베테랑으로, 그의 작품은 항상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남자 주인공 현빈을 비롯한 화려한 출연진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극적인 반전이나 유머 포인트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체포 후 재판 과정을 통해 감동적인 대사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영화는 사형 집행 순간까지 담담하게 흘러갑니다. 마지막 순간, 안중근 의사의 유언 대신 얼굴을 가리는 하얀 보자기만을 남기는 연출은 극적인 감정 전달을 배제한 영화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역사 속 메시지와 현재의 시사점
영화 속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의 말이 아니라, 현재의 시대 상황과도 연결되는 시사점을 던집니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이 대사는 마치 오늘날의 정치적 혼란과 맞물려 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며, 영화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현재의 현실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크리스마스 개봉,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차가운 역사적 서사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는 다소 무거운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깊은 사색을 남길 작품이 될 것입니다.
기대와 다름이 주는 의미
같은 제목의 김훈 작가 소설 "하얼빈"을 떠올리고 영화관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다소 다른 방향성을 지닌 작품을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극적인 감정보다, 역사적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색하는 영화로, 강렬한 감정 대신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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